헐리우드에서 재난 영화는 이미 하나의 장르이다. 그 종류도 홍수부터 지진, 외계인, 핵, 행성충돌, 좀비까지 엄청나게 다양하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많이 다뤄지지 않았는데, 아마 돈이 가장 큰 문제였으리라. 그렇지만 괴물과 해운대의 성공 이후 우리나라에도 재난영화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생겼고 이번에는 연가시라는 영화가 탄생하는 발판이 되었다.
이 영화는 연가시라고 하는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이다. 원래 메뚜기과에 기생하는 연가시라는 기생충은 숙주에게서 영양분을 빼앗아 먹다가 산란기가 되면 뇌를 숙주의 뇌를 조정해 물로 뛰어들게 해 산란한다. 이 과정에서 숙주는 죽게 되는데 이 연가시라는 기생충이 인간의 몸에 기생할 수 있도록 변종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주식으로 재산을 말아먹고 제약영업사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재혁(김명민 분)의 가정도 이 재앙을 피하지 못했다. 아내와 아이들이 감염되어 격리되고 재혁은 치료제를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그러나 이 모든것이 돈에 눈이 먼 제약회사의 작전이었던 것.
이 영화가 공포스러운건 연가시의 무서움이 아니다. 연가시라 해봤자 고작 2~3컷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진짜 무서운건 대재앙을 앞두고 이성을 잃어버린 인간들. 오직 돈만을 바라본 제약회사의 인간들. 그리고 오로지 강제적인 격리만이 대책이라 여기는 한심한 정부까지.. 사건을 대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가장 무섭게 다가온다. 특히 매뉴얼만을 외치는 정부의 무능함이 가장 공포스러운데, 이 영화에 나온 것들 중 가장 사실적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숲을 볼 수록 나무를 못보는 법. 영화속이나 현실세계에서나 시스템은 항상 숲만을 바라본다. 그 안의 나무들이 모두 죽어가고 있음에도..
연가시는 특정 대상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그것을 대하는 사회가 무능할 때 진정한 공포는 우리를 덮친다. 김명민과 문정희의 호연에 더불어 집단 광기를 보이는 감염자들의 모습이 소름을 불러일으켰던 영화다.
ps. 특히 물에서 항문이나 입으로 유충이 들어간다는 황박사의 말이 너무 무서웠다. 이 영화 보고 나면 놀러가고픈 생각 싹 사라져..
연가시 (2012)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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