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에서 히가시노는 추리 스릴러적인 요소와 약간의 에로틱 로맨스, 그리고 환타지에 가까운 초자연적인 요소를 접합시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결과는 대 성공. 엄청난 작품이 나와 버렸었다. '다잉 아이'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전작의 베끼기가 아닌 또다른 차원의 걸작을 만들어 냈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재한 이 작품은 작가 스스로가 '다시는 이렇게 쓸 수 없다'라 표현하고 있는데, 그만큼 탄탄한 작품이다. 긴 시간동안 써내려갔음에도 군더더기 없는 문장과 타이트한 스토리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평범한 유부녀인 미나에는 야간에 자전거를 타다 그만 교통사고로 인해 목숨을 잃는다. 이 교통사고는 주인공인 신스케가 1차로 충돌하고 마주편에서 오던 차량과 2차로 충돌하면서 발생했는데, 소설은 이 사건 1년여 후를 다루고 있다. 1년이 지나 이제 어느정도 안정을 찾은 신스케는 바텐더로 근무하고 있는데 퇴근하던 도중 미나에의 남편에게 기습을 당한다. 신스케는 이 사고로 교통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었는데 이때부터 주변 인물들이 이상하게 보인다. 동거하던 여인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는 한편, 루리코라는 요염한 여인이 접근해 오기도 한다. 미나에의 남편은 습격 직후 자살하고 주위의 인물들이 신스케가 그 사건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원치 않는 눈치다. 신스케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형사처럼 주변을 탐문하다 이 사건에 얽힌 엄청난 비밀을 밝혀 나간다.
다잉 아이에는 두개의 미스테리가 존재한다. 주위의 인물들이 왜 기억을 잃은 신스케를 이상하게 대하는가. 도대체 그 교통사고의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가 하는 부분과, 갑자기 나타난 루리코라는 여자(당연히 죽은 미나에를 닮았다)는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극 중반부에서 미나에의 남편이 마네킹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점과 로봇을 만들려 시도 했다는 장면이 나와 설마 로봇인거야?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엄청난 비밀을 가지고 있다. 두 미스테리중 전자가 오호.. 역시 허를 찌르는군 하는 추리소설의 본질을 따르고 있다면 후자는 공포와 초자연적인 요소로 보이지만 나름 논리적인 결말을 가져온다. 두 미스테리 모두 논리적이면서도 무언가 있는것 같다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에 이 책의 값어치가 높은 것이다.
또한 루리코와의 정사장면을 비롯해 몽환적인 수준의 에로틱 역시 외설적이라기 보다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와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만약 읽을만한 추리소설을 찾는다면 당장 이 책을 집어라. 시일이 꽤 흘러 중고서적도 많이 돌아다니니 가격도 적당하다.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다작을 하면서 이렇게 수준높은 작품을 내는 작가를 가진 일본이라는 나라가 무척이나 부럽다.
다잉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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