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읽은 ''지금가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이라는 책에서 인간은 이야기의 존재라는 얘기가 나온다. 인간의 기억조차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자아 스스로가 구성한 내러티브가 곧 자아라는 말이었다. 비슷한 얘기는 김정운 교수의 책에서도 나오고 많은 심리학 서적에서도 이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 21세기는 산업과 지식 시대를 넘어 이야기의 시대라는 저자 정영선의 말에 동감한다. 어떤 사건이나 물건에 이야기를 입히는 것. 그것은 단순히 더 많이 팔기 위한 마케팅 행위일 뿐이 아니라 인간의 가치를 더해주는 것이다. 이야기가 있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 이야기가 되는 행위를 경험하는 것은 삶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있고 다채롭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이다.
좀 거창하게 시작했다. 스토리텔링이라는 말을 많이들 한다. 나도 기획직에 종사하고 있지만 스토리를 입히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시대다. (물론 실무진 차원에서는 뜬구름 얘기 같은 것도 사실이다.) 마케팅에 스토리를 입히는 행위를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라 한다. 인위적으로 이야기를 입힌 것이 아니긴 하지만 이야기가 따라붙은 물건의 힘을 알려주는 재미있는 예가 이 책에 나온다.
그냥 우연히 생긴 하나의 에피소드와 호사가들을 통해 가격이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이야기가 있는 물건이나 경험이 높은 가치를 지니게 되는 원리를 설명해 주는 좋은 예이다.
이 책은 이러한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재미있는 사례들이 가득하다. 마케팅 서적이라기 보다는 저자 정영선의 회사를 홍보하는 느낌이 더 강하긴 하지만 재밌기는 하다. 특히 실제 프로젝트로 진행되었던 못골시장 사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마케팅 서적으로 비하기에는 가볍지만 사례들은 그럴싸하며, 몇가지 영감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유아틱한(?) 글솜씨와 너무 대놓고 홍보하는 느낌에 거부감도 느껴지는게 좀 아쉽다. 한가지 더하자면 작가가 실제로 수행했다는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면 거의가 정부 지자체의 입찰프로젝트이다. 민간 차원에서 이러한 프로젝트들이 많지 않은 건 공무원들이 더 앞서 나가거나 스토리텔링이라는 분야가 이미 마케터들 대부분이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야기 장사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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