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658, 우연히' 겨울밤을 뜨끈하게 보내 줄 정통 추리소설.

슬슬살살 2012. 12. 1. 12:40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잘 쓰여진 추리소설을 읽는 것만큼 좋은 밤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은 엄청나게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기도 하다.

요즘 추리소설의 경향은 재기발랄하고, 신경질적인 주인공이 등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범인의 동기와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최근 추리소설의 트렌드인 것이다. 그러나 이 '658, 우연히'는 그야말로 본격적인 정통파 추리소설이다. 일어난 사건은 불가능해 보이지만 숨겨져 있는 트릭을 찾아내고 연쇄 살인범과의 머리싸움, 살인범이 남긴 메세지의 해석 등 포와로의 느낌이 강렬하게 난다. 그럼에도 작위적이거나 개연성 없는 사건의 연속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주인공 거니를 통해 보여주는 추리의 과정이 매우 논리정연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차가운 뉴욕의 느낌도 잘 전달 되고 있어 요즘같은 계절에 정말 잘 어울린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작가인 존 버든은 원래 광고전문가였으나 이 책으로 데뷔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신인작가라 생각할 수 없는 그의 능력이 너무나 부러울 따름이다.

 

 

 은퇴한 베테랑 형사 거니에게 옛친구 멜러리가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정신 수련원을 운영하고 있는 멜러리에게 어느날 편지가 도착했는데 이 편지에는 마음속으로 1~1,000 사이의 숫자를 맞춰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멜러리는 658을 떠올렸고 편지에 동봉되어있던 쪽지에는 마찬가지로 658이라는 숫자가 씌여있다. 즉, 범인은 멜러리가 어떤 숫자를 맞출지를 알고 있었던 셈이다. 이후 범인은 본격적인 협박에 들어가고 결국 멜러리를 살해한다. 그것도 눈밭의 밀실이라는 고전적인 추리기법으로... 이후 범인은 비슷한 수법으로 관계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차례로 살해한다. 결국 거니는 특별 수사관의 역할을 받고 범인을 추적한다. 살인범은 경찰과 알콜중독자를 증오하는 인간으로 경찰의 무능함을 놀리기 위해서 사건 현장에 작은 단서들을 일부러 남긴다. 거니는 이 단서를 바탕으로 범인에 접근해 나간는데, 범인이 어떤 방식으로 저 숫자를 맞췄는지와 범인이 남겨둔 단서들에서 힌트를 얻어내는 것. 그런 재미가 이 소설에는 남아있다. 그래서 이 책이 정통파 추리인 것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문제는 자기가 원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문제는 그 사람들이 원인이라고 생각해. 바로 거기서 문제가 생기는 거야. 모든 것을 내 방식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구는 당연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든 걸 자기 방식으로 만들고 싶어 하는 건 유치하다고 생각해. 한마디로 내가 기분이 좋고 다른 사람들이 바르게 행동하면 그게 좋은 날인거야.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진리이고, 다른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은 편견으로 왜곡된거고... (멜러리가 거니에게 자신의 일을 설명하는 장면)

 

+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원제인 'Think of a number'가 '658, 우연히'로 변환되면서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미스테리 중 하나가 수면위로 떠올라 버렸다. 책 제목이 섹시하게 나오면서 팔리는데는 도움을 주었지만 추리소설의 중요한 점 하나를 포기했다랄까?

 

 


658 우연히

저자
존 버든 지음
출판사
비채 | 2011-08-24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죽음을 부르는 숫자 게임!상대방이 생각한 숫자를 알아맞히는 '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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