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타워' 1차원적인 캐릭터.. 억지스러움을 눌러버린 초특급 화염액션!!

슬슬살살 2012. 12. 30. 21:20

또 하나의 논란이 예상되는 영화가 탄생했다. 김지운감독의 <타워>.

개인적으로 꽤 재미있게.. 가슴도 졸여가면서 관람했던지라, 평이 괜찮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당히 호불호가 갈린다. 재미 없다는 의견의 이유는 <타워링>의 복사판이다, 개연성이 부족하고 연기가 손발이 오그라든다, 오바가 심하다. 등등의 의견이다. 그 재미없다는 사람들 마저도 긴장감 넘치는 화면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니, 액션의 긴장감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었던 부분이 바로 이 액션성이었다. 특히 화마 사이에 빠져버린 인간 군상들.. 특히 부유층이라고 거들먹거리던 인간들이 그야말로 불지옥 사이에서 아비규환을 일으키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그 뿐 아니라 인간이 가장 공포 스럽게 받아 들일만한 장면을 굉장히 잘 소화 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엘리베이터 안에 갇힌 채 불구덩이 한가운데서 떼죽음을 당하는 씬이다. 다음날까지도 그 잔상이 남을 정도로 끔찍한 장면이었는데 해운대의 단체 감전씬을 떠올리게 했다.

 

사실 재난 영화라는 것이 사실성과는 원래부터가 거리가 멀다. 이 영화에서 사실성을 찾는 건 람보에 로맨스가 없다고 투덜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초고층 빌딩 화재에 불이났을 때 제압하는 방법이 어찌 맨몸돌파밖에 없을까.. 다만 이 영화는 초 극단적인 상황에 주인공들을 억지로 가둬가면서 마찬가지로 억지의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충분한 볼거리만이 이런 영화의 미덕이며 그 미덕을 충실히 실행 하였기에 꽤 괜찮은 영화가 된 것이다. 여기에 너무나 사실적인 소방관의 모습이나, 액션이 들어갔더라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비 현실 적인 공간을 활용한 비 현실적인 상황 하에서 일어나는 비 현실적인 액션. 그 삼박자를 잘 충족하고 있기에 이 영화는 충분히 그 뜻한 바를 이루고 있다.

 

물론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장면들이 있다. 설경구가 피를 토하는 것 같은 목소리로 비장함을 강조하는 대사라던지, 안성기의 모든 걸 다 아는 대장의 정형화한 연기.. 등등. 대한민국 최고 연기파 배우들을 총 출동시켰음에도 연기를 잘한다라는 느낌을 받지 못했는데.. 그건 그들의 연기가 별로여서가 아니라, 캐릭터 자체가 너무 단순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연기의 달인이라 할 지라도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소방관 설경구도, 소방관 대장 안성기도, 순정파 지배인 손예진도, 모두 이런 영화의 주조연격 캐릭터로 영화라는 장르가 탄생한 이래 늘 존재하는 캐릭터들이니 드라마에서 다양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웠을게다. 이한위나 김인권 같은 감초조연의 연기들도 예상했던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주인공 뿐 아니라 악인들도 마찬가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1차원적인 인물들이다. )

 

불끄는 강철중 검사..

 

연기보다 심각한게 바로 개연성 부분이다. 막판에 탈출씬들의 말도 안되는 점이야 액션영화가 다들 가질 수 있는 억지라 하더라도 빌딩을 폭파하기로 결정하는 건 그냥 시나리오를 쓰다가 귀찮아진 듯 하다. 대한민국이 아니라 중국이나 북한이라 하더라도 그런 상황에서 폭파를 결정할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다. 개연성의 딴지에서 자유로울 영화가 얼마나 있겠냐만은 차라리 테러범에 의한 화재였으면 오히려 당연할 뻔 했다.

 

억지스러운 스토리에 1차원적인 캐릭터로 인한 연기력 공백.. 그야말로 문제점 투성의 영화가 될 뻔 했지만 훌륭한 CG기술과 액션성이 이 영화를 살렸다. 예측을 뛰어넘는 액션이 재밌어 버린 것이다... 충분히 두근거리게 하는 액션들은 연기, 개연성과 무관하게 영화에 몰입을 불어 넣는다. 그리고 이 액션들이 끊이지 않고 촘촘히 이어지면서 앞서 말했던 단점들이 머릿속에 들어 오지 않도록 장벽을 친다...마치 세뇌하듯이 마음을 비우거나 억지로 비워진다면.. 그다음부터는 침질질 흘리면서 볼만한 액션이 이어지고..끝나면 그냥 재밌었다.. 하고 말할 수 있어진다....  개인적으로 천만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500만은 들 것 같다.. 무난하거든..

 

+ 오마이뉴스에서 이 영화와 계급투쟁에 대한 기사를 냈다.. 엔간히 하자. 이 영화에서 국회의원과 돈벌레들이 나오는 건 살아남는 인물들의 보통스러움을 보여주기 위한 억지 장치일 뿐 계급투쟁과는 거리가 먼 얘기다.

 

 


타워 (2012)

The Tower 
7
감독
김지훈
출연
설경구, 손예진, 김상경, 김인권, 도지한
정보
드라마 | 한국 | 121 분 | 2012-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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