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환상 소설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을 하는가. 나는 어릴적 넋놓고 시청했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환상특급이라는 티비 시리즈가 기억난다. 여기에는 UFO 이야기라던지, 시간여행, 우주인, 로봇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이런 이야기꺼리들이 '환상'이라는 범주 안에 들어가는 것 같다. 지금 흔히들 이야기하는 판타지 소설과는 조금 차이가 있는 셈이다.
SF물이 아마 이 조건에 부합하는 것 같은데, 환상 소설이라는 포장으로 둘러 싸인 이 단편집은 단순하게 SF로 분류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 꼭 우주적인 환상이라기 보다는 심정적인.. 감성적인 환상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이 책 마무리 글에 보면 작가가 카프카와 비교되어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보여지는 글귀가 있는데, 그래.. 카프카에 가깝다. 혹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기 단편들과도 유사점이 보인다.(특히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이 많이 떠오른다.) 물론 유사하다는게 베꼈다.. 뭐 이런 얘기는 아니다. 아무튼 분위기가 그렇다는 거다.
지금 소개할 이 책 -환상소설가의 조수-는 16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개중에는 자신이 쓰는 소설 속으로 들어가는 소설가라던지, 벌레들의 행성에서 영화를 파는 이야기라던지 뇌를 파는 외판원 이야기 같은 재기발랄한 환상소설이 있는가 하면, <레파라타에서> 같은 난해한 소설들도 실려있다. 한마디로 잡문집인 셈이다. 특히나 일부 작품들은 그 난해함이 극에 달하는 작품도 있는데 <바닷가에서 일어난 일>이나 <판솔라피아>같은 작품들은 다시 곰씹어도 이해하기가 어렵다. 꼭 <이상>의 작품을 중간부터 읽는 기분이랄까. 무언가 환상적이긴 하지만 그 세계를 파악해 내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산문적 리듬감은 해체되어 발가벗겨져 버리기 때문에 난해하다. 피카소의 그림을 이해하기까지 쌓아야 할 미술적 소양만큼이나 이 글을 읽기 위한 문학적 소양이 존재하는 모양이다. 1
SF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제목만 보고 고르는 일은 금물..2. 그러나 보르헤스나 카프카, 하루키 취향이라면 꽤나 반가울만한 단편집이다.
환상소설가의 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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