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빌 브라이슨의 위트와 감각으로 신나게 헤집어보는 '발칙한 미국학'

슬슬살살 2013. 1. 24. 21:30

매번 이 아저씨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 양반 글 진짜 재밌다. 저자인 빌 브라이슨에 대한 이야기는 이 블로그의 다른 곳에서도 충분히 했으니 접어두고, 오늘 읽은 이 책 이야기만 하련다.

 

원제는 <I'm a Stranger here myself>로 99년에 나온 책이다. 따라서 이 책에 나오는 미국의 문화와 모습은 15년이나 지난 오늘의 미국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일 것이다. 영국에서의 오랜 삶을 정리하고 고향인 미국으로 돌아간 빌에게 영국 주간지에서 미국에 대한 고정 컬럼 연재 의뢰가 들어온다. 이 책은 이런 요청에 의해 빌이 96년부터 98년까지 2년여간 연재한 컬럼을 묶어서 낸 책이다. 때문에 글의 길이가 짧고 일정하다. 빌 브라이슨의 다른 작품에 비해 간결한 맛이 더해지다보니 그 특유의 위트나 비유, 비꼬기, 블랙 조크는 더욱더 함축적이고 직선적이 되었으며 이해하기도 쉬워졌다.

 

총 60개의 컬럼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관찰이 세심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그려지고 있다. 자동차만을 타느라 도저히 걷지 않는 미국인, 친절하기 이를때 없지만 관료중심적인 미국의 문화, 추수감사절을 대하는 미국인과 영국인의 차이 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예를들면 이런식이다.

 

어느날 치실통에 적힌 소비자 상담번호를 본 빌은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치실을 쓰면서 소비자 상담실에 전화할일이 뭐가있지?. 여기에서 출발한 빌의 의문은 집안 곳곳에 있는 물건들로 이어졌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제품에 말도 안되는 경고문들이 도배되어 있던 것. 예를들면 껍질을 까서 먹으라는 땅콩의 경고문, 음료수병으로 재활용하지 말라는 표백제의 경고문, 폭발물과 함께 사용하지 말라는 다리미까지.. 웃음을 넘어 비 상식적인 이런 경고문들 사이에서 빌은 미국 특유의 관료적 문화를 비꼰다. (9번째 에피소드)

 

TV를 비롯해 소비와 자본의 천국이자 전통과 문화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는 곳으로 묘사되는 96년대의 미국은 현재의 미국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어떤 정보를 찾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빌의 유머를 통해 드려다보는 미국 근대사라는 편이 더 정확할 것이다. 비록 생활상이나 문화등은 변했다 하더라도, 미국인 특유의 낙관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문화는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들은 충분히 현재에도 공감대를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은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은 미국학이라는 제목도 아주 잘 뽑은 제목이다.

 

뒷부분에 실린 고등학교 졸업반에게 보내는 10가지 삶의 규칙은 내가 나중에 우리 딸에게도 꼭 이야기 해 주고 싶다. 역시나 빌은 여행기도 재미있지만 이런 관찰기에서 그의 역량이 극대화하는것 같다.

 

 


빌브라이슨 발칙한 미국학

저자
빌 브라이슨 지음
출판사
21세기북스 | 2009-02-23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빌 브라이슨의 유쾌 황당한 미국사용설명서 20년 만에 고향 미국...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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