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러우면서도 간직하고 있으면서 대중화된 문화예술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단연 뮤지컬일 것이다. 데이트를 할 때 영화나 연극에 비해 티켓값이 비싸서든지, 그 이해도에 있어서든지 뮤지컬 하면 무언가 상위 개념의 문화라는 생각이 드는 대중문화이다. 그 모습은 마치 초창기의 패밀리 레스토랑의 모습을 닮기도 했다. 나처럼 뮤지컬이라고는 초대권으로 가 본 <서편제>가 전부인 사람을 비롯해 단 한번도 본적이 없고 앞으로도 볼 예정이 없는 이들마저도 모두가 알고 있는 뮤지컬이 있으니 바로 <The Phantom of the OPERA>, 즉 <오페라의 유령>이다.
이 책은 <오페라의 유령>을 한국에 처음 들여온 제작자 설도윤의 글이다. 공연을 들어오면서부터 흥행성공을 거두기까지, 이후 내한공연 성공까지의 과정이 담백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담겨있다. 사실 이렇게 외국 공연을 들여오는 것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었다. 그냥 어렴풋이 로열티가 엄청 비싸서 돈이 없어 들여오지 못하나보다 했었더랬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설도윤이 <오페라의 유령>을 들여오기 전에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얼까. 바로 공연장을 빌리는 일이었다. 그게 큰 일일 수 밖에 없는 것이 2001년 당시 한국내에 이 공연을 올릴만한 극장이라는 것이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 전당> 두곳 뿐이었는데 두곳 모두 민간 공연단에 장기간 임대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엄청난 자금까지 마련을 해야 했으니 슆지 않은 여정이었다.
WTO 체결 이후 저작권 문제가 불거져 나와 속칭 짝퉁 <캣츠>가 걸리는 바람에 <오페라의 유령> 제작사가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을 시작으로 <오페라의 유령>은 한국공연으로 한발한발 다가섰다. 이후 8차에 걸린 오디션부터 연습, 공연의 성공과 내한공연 추진까지...
이 책은 이렇게 <오페라의 유령> 공연이 한국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냄으로서 작품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해준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더욱더 <오페라의 유령>에 경외심을 가지게 되는데 이 것도 작가의 예측범위 내에 포함되어 있을런지 모른다. 그런데 왜 설도윤은 <오페라의 유령>에 집착한 것일까? 가장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었고, 또 한국시장이 무르익었다는 자신감에 따른 것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이거 돈좀 될텐데 였던거다.1 그런데 이 <오페라의 유령>의 가치가 과연 돈뿐일까? 설도윤은 <오페라의 유령>은 단순히 웰메이드 작품의 가치를 넘어서 그 국가의 뮤지컬 문화척도를 재는 지표라고 말한다. 한국 뮤지컬의 돋움은 여기서 출발할 수 있었다고 강변하면서... 뮤지컬 문외한인 내가 토씨를달 일은 아니지만 이 책만으로는 그런것 같기도 하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지 않은 이들이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비전문가라도 어려움이 없도록 쓰여진 이 책은 이 공연에 대한 관심을 충분히 불러일으킨다. 그 점에서 이 책은 영악한 홍보수단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지만 결코 밉지 않다.
+ 오는 3월까지 <오페라의 유령> 내한공연이 있다. 2월중에 와이프랑 한번 보러 가야겠다..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 완곡하게 표현되기는 했지만 이 책 곳곳에 흥행 부담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또 당연히 돈을 벌어야 하는거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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