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패>는 독특한 영화다. B급 영화에 가까운 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이 맘먹고 만든 일종의 실험으로 보인다. 꼭 킬빌의 이미지를 차용해 온 것으로 보이는 이 영화는 평이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괴기스러움을 더했는데, 충청도의 사투리가 이리도 섬뜻하게 느껴질 줄은 몰랐다. 조폭 영화 대부분이 경상도나 전라도의 사투리를 바탕으로 '쎈' 모습들을 연출하고 있는데 무심하게 툭툭 뱉어내는 충청도의 사투리가 왜 이리도 무서운 건지..
특히나 이범수가 만들어낸 장필호라는 캐릭터는 그야말로 역대 최고 수준의 악역이라 할 수 있다. 한놈이 오래가고 어쩌고 하는 대사가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렬한 장면은 강 위에서 이범수가 청년회장을 협박하는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내가 나중에 조치를 안취할 스타일이여?' 하는 장면. 일상적인 대화를 풀어 내가면서도 어찌나 그리 악랄할 수 있는건지.. 역시나 진짜 나쁜놈은 무심한 놈이라는게 여지없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시나리오의 탄탄함이나 액션 활극을 보여주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약간은 허술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목적성 없는 집단 난투가 이 영화의 전부인 듯 하지만 이 영화의 진짜 재미는 주요 장면과 장면을 잇는 연결고리다. 마지막 요정 습격시에 펼쳐지는 집단 난투의 연속 사이에서 류승완 감독이 내뱉는 '바쁘니께 이따 뵈유' 같은 대사나 차곡차곡 열리는 다다미 방에서의 짜증스러운 표정 같은 것들은 결의에 가득차서 눈을 이글대는 것보다 훨씬 더 영화적이기 때문이다. 영화 내내 이어지는 정두홍 감독의 불편한 연기 역시 연기를 잘 하는 배우들보다 이 영화의 판타지를 드러내는데 일조 했다. 또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 야구부, 일진 여고생, 비보이 등의 집단 난투는 만화적인 느낌까지 들게 했으니 충분히 보여주고 싶은 건 다 보여준 셈이다.
너무 비 현실적이라 가벼움으로 흐를 수도 있었던 이 영화의 한복판에 이범수라는 무시무시한 나쁜놈을 투입해 밸런스를 맞춘 것도 주효했고..
흥행에는 실패 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류승완의 흐름을 이해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영화다.
짝패 (2006)
The City of Violence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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