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7번방의 선물>눈물과 감동의 이유.

슬슬살살 2013. 2. 26. 11:05

<7번방의 선물>이 천만을 넘어섰다. <왕의 남자>까지 제치고 역대 흥행 7위에 랭크되었는데, 관객평점은 그야말로 추천에 추천을 거듭하고 있으니 그야말로 2월에 찾아온 국민영화라 할 수 있을 수준이다. 이 영화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 한가지로 귀결된다. 감동과 눈물. 그런데 그 감동과 눈물은 어디서 오는걸까?

 

<아이앰샘>이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샘은 이용구와 마찬가지로 지능지수는 모자라지만 똑똑한 딸을 가지고 있으며, 당연하게도 그녀를 너무나 사랑한다. 그러나 법은 강제적으로 그들을 딸과 떼어 놓고 그들은 가슴 절절한 만남을 이어간다. 차이가 있다면, 이용구는 누명과 사형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을 받았다는 것인데 이 점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특히나 이용구 역을 한 류승용은 완벽하게 변신해서 그야말로 페이소스의 절정을 보여주는데 정신지체아로서 보여지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속에 담긴 처연함은 역대 최고의 삐에로가 아닐까 생각된다.

 

아이와 강제적으로 떨어져야 한다는 점 자체는 언제 어디서 써먹더라도 가슴 절절해지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7번방의 선물>에서는 극단적인 결말장치와 그에대한 예승이의 성장을 담아냄으로서 눈물의 절정을 만들어냈다. 드라마 치고는 꽤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꼼꼼한 구성은 영화를 완전히 몰입하게 만들었다. 리얼리티가 떨어진다는 말들이 있는데,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이 영화는 정확히 예승이의 기억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관객이 보는 화면은 모두 예승이의 기억속에 있는 것이고 마지막 에드벌룬씬 같은 동화적인 장치 또한 어린 예승에게 진실로 남을 수 있는 기억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흐름은 리얼리티를 가질 수 있으며 세세한 구성은 예승의 머릿속에서 재구성 되어도 무방하다. 1

 

 

결론적으로 <7번방의 선물>은 단순히 누명을 쓴 정신지체아의 딸사랑 이야기라기 보다는 사회의 음지에 있는 사람들의 무관심과 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끈끈한 자기감싸기이다. 그런것들이 촘촘히 모여 눈물샘을 터뜨려 냈으며, 억지스럽기 보다는 비현실적이지만 그럴싸하게 만들어냈다. <노팅힐>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한다면, "비현실적이지만 좋았다"

 

PS. 이 영화에서 경찰이 무지하게 악독하게 그려지고 있는데, 어차피 영화 속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나름 이해가 되는 것이 딸을 잃은 청장 입장에서는 그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을 것이고, 누군가에게 그 분노를 표출하고 싶었을게다. 그 대상이 정신지체아이자 순박한 이용구였다는 점이 문제가 될 뿐이지만, 사실 우리들 대부분은 경찰청장과 비슷한 마인드로 세상을 살아간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부정하고 원인을 다른사람에게 돌리듯이..

 

PS2. 자꾸 영화 이름이 헷갈린다. 7번가의 기적? 7번가의 선물?

 

 


7번방의 선물 (2013)

9.1
감독
이환경
출연
류승룡, 박신혜, 갈소원, 오달수, 박원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7 분 | 2013-01-23
글쓴이 평점  

  1. 예를들면 어릴적 나는 헬기가 머리위로 지나가는 경험을 한적이 있다. 동생과 같이 겪었는데, 냉정하게 생각할 때 그건 사실일 수 없다. 그러나 어린시절의 강렬한 어떤 기억이 그것을 사실로 만들었을 수 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