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스포 있음)
1900년대 초반의 헐리우드 지역..사립탐정인 필립 말로우는 테리 레녹스라는 인물과 우연히 만나고 친해진다. 억만장자인 하란포터의 사위인 테리 레녹스이지만 그의 부인인 실비아 레녹스의 바람기로 골치아픈 상황이다. 결국 이혼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실비아와 합친다. 그러나 갑자기 실비아 레녹스가 얼굴이 뭉게진채 사망하고 그 범인으로 몰린 테리는 말로우의 도움을 받아 멕시코까지 도망가지만 유서만 남긴채 권총자살한다. 이 건으로 말로우는 경찰들로부터 험한 꼴을 당하지만 테리에게 불리할 만한 진술은 단 한개도 하지 않는 과묵을 보여 준다. 말로우는 이 모든 것이 미심쩍지만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무기력한 탐정일을 지속한다. 그러던 중 베스트셀러 작가 로저 웨이드의 아내로부터 실종된 로저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무사히 로저를 찾기는 하지만 로저가 이후 죽어버리는 바람에 이번에는 말로우가 범인으로 몰린다. 하지만 말로우는 진짜 범인인 아이린 웨이드를 체포하는데 성공할 뿐 아니라 그녀가 실비아를 죽이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밝혀낸다. 하루 뒤 아이린 역시 약물로 자살한다. 마지막으로 죽은 것으로 알려졌던 테리가 얼굴을 고친채 깜짝 등장하여 말로우에게 경의를 표하는 것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최초의 사망자가 살아있다는 설정. 아리따운 여성이 알고보니 살인범(!) 이라는 설정은 이젠 고전중에서도 퀘퀘한 편에 속하는 아이디어이다. 물론 80년 전에는 신선하기 그지 없었겠지만.. 그럼에도 이 작품이 오늘날에도 경이로운 건 작품의 배경이 된 1930~40년대 미국의 음울한 사회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와 더불어 하드보일드의 양대산맥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요즘에야 셜록 홈즈, 포와로 같은 두뇌파 탐정밖에 존재하지 않기는 하지만 과거에만 하더라도 거친 남자의 향기 풀풀 날리는 탐정들도 나름름대로 인기 있었다. 지금은 이런 쎈 탐정들이 거의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이 책의 희소가치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경찰들을 무능하고 부패한 집단으로 묘사하고 있고, 빈부의 격차. 부자들의 허례허식, 허세 들이 잘 나타나 있다. 당시의 미국은 부패했으며 정의롭지 못한시대였다. 챈들러는 그의 탐정 말로우를 내세워 이런 미국의 어둠을 드러내고 비판한다. 그런 과정이 어둡고 쓸쓸하다. 여기에 말로우의 성격 역시 밝지 않으니 이 책의 전반적 분위기는 회색빛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볼 때 무척이나 재밌는 탐정소설이라 하기는 어렵다. 특히나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더더욱 이게뭐야?! 하는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친 남자의 냄새.. 특히나 서부극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또한 낭만적인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그곳이 어디이건 1930년대의 얘기는 늘 낭만과 액션을 가진 시대니까 말이다.
기나긴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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