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우연의 음악>자유와 희망에 관한 서스펜스 심리극

슬슬살살 2013. 2. 7. 22:54

개략적인 줄거리

 

짐 나쉬라는 남자가 있다. 이혼을 하고 어린딸을 누나에게 맡겨놓은 이 남자는 왕래가 없었던 아버지에게 꽤 많은 유산을 물려받게 된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딸을 도로 찾으러 가지만 그 몇달 사이에 딸은 자신을 어려워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다. 할 수 없이 돌아오지만 무엇때문인지 물려받은 유산들이 모두 소용없게 느껴진다. 무작정 자동차로 여행을 하면서1 돈을 탕진하면서 오히려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일종의 공허한 자유라고 하는게 맞을지도 모른다. 아무튼 돈이 바닥을 보일 무렵 한 청년을 만나게 되는데 이가 바로 잭 포지, 짐과 함께 나락에 빠질 인물이다.

 

덩치가 작아 짐의 동생같은 분위기의 잭은 포커판을 전전하는 젊은이이다. 어느정도의 재주는 있어보이지만 도박판에서 두들겨 맞고 쫒겨난 것을 짐이 구해준다.(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즉흥적인 짐의 결정이다) 짐은 자신이 큰돈을 벌 수 있는 판이 있지만 자금이 없어 참가할 수 없다고 하고 짐은 이를 대주고 수익을 분배하기로 한다. (이게 재밌는데 짐은 결코 돈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하지 않았다. 그냥 그러고 싶었을 뿐)

 

전직 검안사인 스톤과 회계사인 플라워가 그들의 물주가 될 부자들이다. 엄청난 복권에 맞아 벼락 부자가 된 그들은 한차례 잭에게 패배한 적이 있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판을 벌리고, 당연하게도 잭과 짐은 패배한다. 1만달러의 추가 빛과 함께... 스톤과 플라워는 돈이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독특한 취미를 누리면서 살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골동품의 수집이다. 그들은 영국의 성을 수집해 놓았는데 정확히는 성을 구성하는 돌무더기를 수입해 와 버린것. 그들은 이것들로 벽을 쌓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며 잭과 짐은 그 일을 함으로서 빚을 갚기로 한다. 

 

벽을 쌓는 육체노동은 그들을 구속하지만, 땀을 흘리는 정직한 일과 규칙적인 생활은 그들에게 편안함을 준다. 특히나 언젠가는 끝난다는 점이 속박에서 더욱 희망을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이 끝나는 날 그들은 추가 비용을 요구받고 짐의 묵인 하에 잭은 달아난다. 잭은 다음날 반죽음이 되어서 나타나고 병원으로 옮겨지지만 행방불명 된다. 이에 분노한 짐은 자신의 일이 모두 끝난 후 가지는 술자리에서 감시자들(스톤과 플라워의 대리인과 그의 조카)를 태우고 트럭앞으로 돌진한다.

 

선택과 우연, 그리고 기회.

이 세상에 우연이란건 없다. 의식적이건 아니건 간에 모두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물들일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우연의 산물들이 복합적으로 어떤 결과를 나타내는지를 보여줄 뿐 아니라 그 안에 서스펜스와 낭만까지 녹여내고 있다. 초반부 짐의 이야기는 우연이 겹쳐 불운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면 육체적 노동으로 축약되는 중반부는 속박과 자유의 아이러니를 그리고 있다. 아울러 육체노동으로 인한 명상과 조용하고 한적한 서부의 느낌까지 전달해 다소 낭만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 속박의 자유가 끊어지는 후반부는 잭의 죽음 또는 행방불명을 둘러싸고 일어난 머크스(대리인)과 짐의 갈등은 서스펜스적인 요소를 담고 있다. 잭이 떠났다는 머크스와 머크스 또는 그의 조카가 죽였다고 생각하는 짐의 대립은 마지막까지도 극한으로 치닫는다. 특히나 단순한 대립이 아니라 누가 맞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들의 죽음으로 막을 내리기 때문에 커다란 물음표만이 남는 상황이다. 이처럼 이 책은 여러가지 장르와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어렵거나 붕붕 떠있지 않고 안정적으로 읽힌다. 

 

일반적으로 우연을 소재로 하는 소설들이 극단적으로 치닫는 반면 이 소설은 파도처럼 출렁임을 반복하다 후반부에 확 덥치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마디로 평하자면 지적이면서 유쾌하고, 가벼우면서도 은유와 상징으로 덮여있어 꽤나 즐거운 책이다. 

 

 


우연의 음악

저자
폴 오스터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6-08-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뜻하지 않은 유산을 상속받은 나쉬는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 없는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정확하게는 운전 그 자체.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