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핀란드에 이어 삼림율 2위의 국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마 일본인 중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게다. 우리나라도 자원 빈국이라지만 사실 섬나라인 일본역시 자원하고는 조금 거리가 먼 국가로 알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렇듯 자원이 없다 하는 일본에도 산림자원이라는 아무도 모를 자원이 존재해 있었다. 가까이 붙어 있는데다 성장과 부침을 거듭해온 국가적 특성이 유사하기에 일본은 언제나 한국의 라이벌이다. 역사적 사건으로 인해 경쟁의 대상으로, 혹은 적으로 인식하는 케이스가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일본은 한국의 선행 모델이라 할 수 있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일본에서 맞닥뜨린 문화적 사회적 현상은 짧으면 1년, 길면 10년 내외 정도에 한국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일본은 수십년 전부터 인구의 감소, 고령화, 농촌의 공동화 현상을 겪어 왔고 한국 역시 그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제시하는 농촌의 모델은 깊이 곰씹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소네하라 히사시라는 금융컨설턴트 출신의 귀농인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그 경험이라는 것은 단순히 농지를 개간하고 특작물을 심어 잘 팔아 잘먹고 잘사는 것이 아니라 농촌 네트워크를 만들어 공급연쇄를 꾀하여 새로운 농업혁신을 이루어내고 그러한 서비스자원을 바탕으로 도시와 교류하는 모델을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이 모델을 소네하라가 구상하고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실전에서 몸으로 부딪혀 가며 실행에 옮겼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선각자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앞서 말한 이 모델이 무슨 의미일까. 이 책에 소개된 야마나시현(저자가 귀농하여 일궈낸 마을)의 사례를 빌면 버려진 땅을 개간하고 쌀을 심어 그 쌀로 지역 양조장에서 특산주를 만들어 파는 것 따위의 일이다. 조금 신선하기는 해도 혁신적인 일 같지는 않아 보이는데 여기에 네트워크와 도시와의 교류가 가미되면 또다른 사업이 열린다. 소네하라는 이 도시인들이나 기업들을 대상으로 개간체험 프로그램, 특산주 만들기 프로그램 따위의 일들을 전개했다. 단순히 프로그램일 뿐 아니라 도시와 농촌의 교류의 장으로서도 활용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상품들은 단순한 지역 특산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상품이 된 것이다. 가구기업을 대상으로는 벌목체험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하면서 발전한 소네하라는 이런 도농교류만을 전문으로 하는 비영리법인 <에가오>를 만들어서 활동하고 있다. 거기에 저자는 이 같은 모델이 수평확대 될 때 100조원, 100만명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런 노력들이 우리나라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균형발전이라는 명제가 모든 일에 우선했던 참여정부의 경우 지역별로 여러 가지 네트워크 사업들을 전개했고 단순한 산업화가 아닌 거버넌스 모델들은 만드는 사업들을 벌였다. MB정부는 사회적기업과 재능기부라는 CSR중심의 가치관을 퍼트리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모두 야마나시현의 성공처럼 되기에는 아직 미진 한 것 같다.
나는 농촌에 사는 사람도 아니고 화초하나 심어본 경험도 없지만 직업상 지역 출장이 많아 도시와의 격차는 엄청나게 실감하고 있다. 또 언젠가는 귀농하려는 나름 뜬구름 잡는 소망도 작게 가지고 있다. 꼭 공유가치 창출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사라져가는 농촌이 이런 지역네트워크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려 한다. 참고로 이 책은 박원순 시장과 안희정 지사가 상당히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게다가 소네하라는 출판기념회를 겸해 한국에도 방문해 투어 강연을 했다고 하니 다른 정보들도 찾아보면 좋을 듯 하다. 다만 허황되어 보이는 이야기가 많고 일본 농촌에 대한 선지식이 필요하는 등 조악한 면이 없지 않아 조금 거를건 거르고 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농촌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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