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①] 고대 초기에서 기사시대까지 리드미컬한 예술의 사회사

슬슬살살 2013. 3. 21. 16:57

제목만 들어도 무지하게 어려워 보이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무지하게 어렵다. 이런 책을 읽는 이는 대부분 이쪽 분야에 종사하는 교수나 평론가들이 대부분일테고 일반인 중에서도 상당히 깊은 내공의 소유자가 분명하다. 양쪽 모두 나와는 해당사항 없음이다. 그럼에도 이책을 집어 들고 씨름한건 진짜진짜 내가 모르는 분야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싶은 지적 허영심과 한번 산 책은 끝까지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편집증스러운 독서습관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물론 끝까지 읽었지만, 끝까지 이해하지는 못했다.

 

비슷한 류의 책을 읽고 졸렬한 리뷰를 남긴 적이 있는데 하나는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고 또 하나는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시리즈이다. 둘 다 어렵기는 했지만 설정된 독자층 자체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글인지라 나름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고 둘 다 삽화가 많아 이해하는데도 편리했다. 그런점에서 논문과도 같은 이 책은 그 가치를 떠나 읽기 곤란한 책중의 하나이리라. 

 

총 4권으로 이루어진 이 책 중 첫 권은 선사시대부터 중세까지를 다루고 있다. 사회사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학과 예술의 발전에 관한 사회적 현상을 보여주거나 거꾸로 사회학적인 요소에서 기인한 문화사를 다루고 있다. 문학과 음악, 미술을 고루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흔히 이야기 하는 예술사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것도 접근장벽을 조금 높게 치고 있는 편이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자연주의, 절충주의 등 시대적 이념과 가치관이 어떤 작용을 해서 예술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 하는데 할애하고 있다. 따라서 예술 그 자체보다는 주변 환경적인 요소들을 많이 펼쳐 놓는데 예를들면 당시 시인이나 건축가 같은 예술종사자들의 처우와 신분, 계급제, 임금, 생활형변, 화폐경제로의 전환등이다. 어려운 글 와중에도 기사계급의 발생과 문화 예술과의 상관관계등은 꽤나 흥미로운데 우리가 알고 있는 기사도가 어떤 연유로 유래했고 그들이 어떻게 예술에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분석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고대 초기의 기하학 양식에서 고대 말기의 자연주의, 초기 그리스도교 시대의 추상화 경향과 카롤링어 왕조 시대의 절충주의등 예술의 리드미컬한 발전1은 감탄하게 만들지만 상당한 집중과 사전지식을 수반하기에 스마트폰을 옆에 두고 검색과 함께 읽어야 할 책인 것이다. 그런 어려움에도 음유시인, 방랑시인, 궁정시인 등의 차이를 정확히 알려주고 영웅시대의 구전문학, 우리나라의 사당패 같은 미무스같은 요소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가치있는 독서가 되었다.

 

저자인 아르놀트 하우저는 이런 사관을 펼쳐보이는데 있어 낭만주의자들에 대해 비릿한 조소를 보내고 있는데 낭만주의자들의 주장들이 현세 우리의 역사관이나 시각과 비슷한 점이 많아 뜨끔뜨끔하기도 하다. 또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민중예술에 대한 강한 호감 또는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적어도 이번권에 소개된 중세까지에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민중예술은 아직 탄생 전이다. 따라서 2권부터 펼쳐질 바로크, 르네상스시대 등의 사회상은 1권보다 더욱 흥미로울것으로 보이며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게도 한다.조금은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포함해서..

 

PS. 저작권, 컬러인쇄 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겠지만 삽화의 부족은 글 이해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으로 검색해가며 읽을 수는 있었지만 계속해서 <서양미술사>의 친절함이 떠오른다. 

PS2. 발간 시기의 문제인지 르네쌍스, 바로끄 등 과거 문법들이 많이 나오는데 이름 등에서 상당히 생소하다. 쏘삐스뜨 같은 경우는 소피스트로 치환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었다.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1

저자
아르놀트 하우저 지음
출판사
창작과비평사 | 1999-03-0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헝가리 출신 예술사회학자의 저술. 문학과 예술의 역사를 선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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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본문 253P에서 발췌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