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열이 난 채은이 덕분에 갑작스레 쓰게 된 아빠의 연차.. 같은 이유로 일찍 귀가하게 된 엄마.. 그리고 오후가 되자 열이 내려버린 아가..
이 삼박자 배경에는 날씨좋은 금요일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하고 있었고..
아팠던것을 망각하게 되어버린 세 식구는 차를 타고 교외로 향했다...
포천으로 가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닌데 즉흥적으로 달리다 보니 아트밸리.. 이른바 포아르라는 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금요일 오후인데다가 우중충한 날씨 덕에 방문객 하나 없이 한산해 보였다.
입장료는 1인당 2천원이지만 상당한 높이를 걸어가지 않으려면 케이블카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값이 4,500원이다. 한마디로 1인당 6,500원이라는 소린데, 좀 비싼 듯 하지만 내지 않을 수도 있는 선택지가 있고 이 넓은 시설을 운영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나름 합리적인 비용으로 생각된다.
아니.. 사실 싼거지, 이정도면..
꿍꿍이가 조금만 컷어도 이걸 타면서 방방대며 좋아했을텐데, 고작 10개월인 이녀석은 뭐가 좋은건지 알리가 없다. 케이블카는 한 2~3분 정도밖에 타지 않지만 걸어올라가기에는 상당한 비탈길이다. 운행요원들도 친절하고 올라가는 길에 양 옆으로 있는 바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할머니 바위와 부엉이 바위.. 어딜가나 우리나라 자치단체들... 이름 붙이는 것 참 좋아 한다. 그리고 그 이름에 따라 미친듯이 셔터를 눌러댔다가는 집에와서 슬그머니 지워버리는 나도 마찬가지고..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탁 트인 공원이 맞이 해 준다. 가족 한팀만이 우리와 함께 올라왔는데 어느새 사라져 버린다. 다른이들 하나 없는 한적한 공원에서 잠깐 길을 잃은 것처럼 먹먹했었다. 이럴때가 아니지.. 눈에 보이는 조형물이란 조형물은 모조리 카메라에 담는다. 기계처럼..
주변을 찍다 보니 입구에서 받은 안내지도가 생각나서 펼쳐보니 전체 지도가 보인다.
홈페이지에는 이런 그림이 있지만, 리플렛에는 움직여야 할 강제동선이 표기되어있다. 생각하지 않고 시키는대로 움직이면 다 볼수 있는 시스템.. 이런거 너무 좋아 ^^
그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가야 할 곳은 전시장이다. 엥? 전시장?
그렇다. 이곳은 원래부터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 시설로, 전시, 공연이 주 용도인 것이다.
전시장에서는 2~3개의 기획전시가 있었는데 화폐 어쩌구 하는 건 벌써 문을 닫았고, 조그마하게 착시예술? 같은 전시회를 하고 있었는데..
솔직히 조악하기 이를때 없었다.
이런 그림류를 비롯해 몇몇 착시그림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방 한개에 뺑 둘러서 있는 모습이다. 전시 자체는 조악하지만 거꾸로 생각해보면 사실 비용대비 최고의 효율성을 가지는 전시가 이런 류가 아닌가 싶다. 가족단위가 많이 방문하는 이곳에서.. 그다지 높은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닌데 그저 보고 즐거울만한 전시류가 훨씬 더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다. 그런 면에서 이런 착시아트는 리스크 없이 아주 적합한 아이디어가 아니었나 싶다. 어른들이야 자주 접하는 콘텐츠이지만, 아이들은 좋아할 만한 이런것들..
전시장을 빠져나와서 이동 한 곳은 이곳 아트밸리의 메인 명소 천주호이다. 화강암을 채취하기 위해 파내려간 채석장을 이제는 깨끗한 호수로 만들어 놓았는데 주변이 바위로 둘러져 있어 자연적인 소리울림으로 공연장으로도 적합하다고 한다. 가파르게 솟아오른 절벽이 외국에 온 것 처럼 현실과 떨어진 느낌이 들게 한다.
이곳 호수에 도룡뇽 같은 것들이 살고 있을 정도로 수질이 좋다고 하고, 깊이는 20m나 된다고 한다. 나중에 우리 꿍꿍이는 이런 사실을 알기나 할까?
이쯤해서 쌀쌀한 바람과 주변에 아무도 없는 썰렁함이 감기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여기에 서서 보니 사람이 없어 한적하고 조용한 건 좋지만, 너무 없는 것도 꼭 좋은 것만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특히나 이곳에서 공연 같은 걸 하고 있으면 꽤나 재미있을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참고로 주말은 미어터질 정도로 사람이 많이 오는 것 같다. 그리고 방금 홈페이지에 다녀 갔더니, 이런저런 공연프로그램도 많이 준비되어 있고..
아무튼 지자체에서 추진하는 관광자원 치고는 나름대로 훌륭히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천주호를 지나면 아트밸리 내에서도 가장 높은 전망대로 오르는 코스이다. 이른바 소원의 하늘정원.
계단이 무지하게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그다지 힘든 코스가 아니다. 그렇지만 올라올 때 케이블을 타지 않았거나, 유모차를 옮겨야 하는 가족. 짧은 치마를 입은 커플 등등에게는 지옥의 코스가 될 수도 있다. 11Kg 아이를 않은 우리 와이프는 너끈하게 올라갔다.
다만 이리로 올라가면 내려올 때 오른쪽 사진 같은 돌음계단을 20m정도 내려와야 하는데 생각보다 무섭고, 어지럽다. 특히나 좁아서 사람이 교차할 때 올라가는 사람이 양보한다는 원칙이 적혀져 있기도 하다.
이곳에 오르면 아트밸리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아까 거쳐왔던 천주호도 내려다 보이고 나름대로의 포토포인트가 곳곳에 존재하는데, 꽃이 만개하지 않아서 4월 말인 아직까지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이제 새싹이 조금씩 올라오는 모양이다.
정상에는 전망데크 외에 이름에 걸맞는 소원거는 장소가 있다. 소원을 종이에 써서 걸어 놓는 곳인데 이런 곳에서 의미있는 글귀를 남기는 것은 나름대로의 작고 소소한 추억이 되는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문구로는 '수학, 영어 어떻하지?'라는 소원이 있었는데 국어는 어떡할지, 걱정이 잠깐 들었었다.
여기를 지나니 예쁜 카페가 하나 눈에 들어온다. 하네뜨카페라는 곳인데, 포천에서 자라는 소에서만 채취한 우유로 만든 제품을 팔기도 하는 곳이다. 나는 아메리카노, 와이프는 카페라떼, 꿍꿍이는 분유를 각각 먹었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저 하네뜨 치즈도 먹었다. 스트링 치즈였고 6천원이었고, 기념삼아 먹을 정도 수준이었다.
마지막 코스인 조각공원에 왔을 때 갑자기 지나가는 비가 살짝 내리고는 확 밝아졌다. 비온 뒤의 말끔함과 함께, 석양이 이곳 아트밸리를 때렸고 예쁜 자연광이 떨어져 내렸다.
빽빽히 들어서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들 보다 훨씬 신경 쓴 것처럼 보이는 조각들이 석조를 내려다 보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햇빛이 비치니 꿍꿍이도 기분이 좋은지, 이제야 미소를 지어준다. 참 비위 맞추기 어렵다..
이제 갈 시간이다. 케이블카를 기다리면서 타이머를 이용해 몇장 되지 않는 가족사진을 찍었다.
내려오니 빛을 이용한 예술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어 잠깐 관람했다. 친절이 과한 직원 덕분에 잠깐 둘러만 보려던 계획 대신 상당히 집중해서 본 후에야 빠져 나올 수 있었다.
PS.
그냥 오기가 좀 그래서 포천의 명소 중 하나인 산정호수에 잠깐 들렀다. 이런 곳인지 몰랐는데, 월미도스러운 주변업소들에 놀랐고 호수의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날이 저문 평일 저녁이어서 한산한 유흥가는 조금 섬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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