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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여행기 ①] 전등사와 초지진

슬슬살살 2013. 5. 26. 22:23

좀처럼 따뜻해지지 않을 것만 같더니 이제 완연한 여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채니 돌도 그렇고, 한번 편안히 놀러 가 본 적도 없는 것 같아 큰맘먹고 1박 여행을 계획했다. 채니로서는 첫번째 1박 여행이자, 우리로서는 앞으로의 주말계획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장소는 강화도. 이유는.. 스파가 있는 숙소가 경기권역에서 남아있는 곳이라곤 여기 뿐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연휴의 힘이란...

 

처음으로 간 곳은 강화도 내의 가장 유명한 절. 전등사다.

부처님 오신날의 다음날이기도 했고, 이래저래 가장 유명한 절이기도 한 이곳에 먼저 들렀는데 결론은 상당히 실망 스러웠다.

먼저 입장료의 문제..

주차하는데 2,000원, 입장료가 또 1,500원이다. 그 안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어도 주차비는 예외 없음이며 그 시설도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물론 문화재 주면 시설을 칼 같이 정비할 수는 없겠으나, 최소한 주차비를 받으면서 주차장 돌고르기 정도는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다. 값에 비해 실망스러운 식당 수준도, 흔한 관광지 바가지라고 여기기에도 슬픈 수준이었다. 이래 저래 쌍팔년도 갈 곳 없는 시절의 영화만 떠올리고 현실에 안주하는 문화재의 모습이 두번다시 오고 싶지 않게 만들더라..(특히 주차장과 입장료를 따로 징수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돈독에 오른걸로밖에 안보이던데..)

 

 

거기에 그 돈을 받아서 관리를 해 줘야 할정도로 중요한 이 문화재를 요딴 식으로 관리하더라. 흡연하는 놈들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정문에 저렇게 크게 흡연금지를 붙여야만 하는 것일까? 정말로? 저 주소안내판은 문옆에 떡 하니 붙여놓은 센스는 도대체 누구의 아이디어인거지? 남대문에도 저게 붙어있는지 확인을 좀 해야겠다.

 

 

전등사의 의미는 전쟁시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였던 장소라는 사실에 있다. 템플스테이도 하는 모양이다. 부처님 오신날이 하루 지났음에도 전등사는 방문객으로 가득가득 했고, 아직 초파일 분위기가 그대로였다. 경내를 가득 메운 향내음도 그렇고.. 

 

 

불교인은 아니지만 전등사의 느낌은 뭐랄까, 절보다는 관광지에 더 가까운 느낌이다. 왜 그런 느낌을 유난히 받았는지 돌아와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맞다. 저기 1시간을 머무르면서 스님을 한번도 못뵜더라... 조금의 언덕길을 오르면 임진왜란과 호란때 사서를 보관했던 정족산 사고가 있지만 현판설명 하나만 덩그러니 있어 어떤 식의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알 수 없던 것도 아쉬운 점이다. 문화재에 이야기를 입히고 전달하는 방식을 좀 고민해 주었으면..

 

 

약간은 뿌연 날씨였지만, 이렇게 산속에 있는 절을 방문하면 알듯 모를듯한 쨍쨍함을 느끼곤 한다. 넓은마당과 붉은 건물들과의 대비 때문인지 주변의 나무들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기분좋은 아찔함이다. 

 

 

두번째 방문한 곳은 초지진이다. 고등학교 국사시험에 간혹 주관식 답안으로도 출제 되었던 그곳.. 이곳이 초지진이다. 초지진 역시 입장료를 받는데 1명당 700원이다. 오르는 길에 저렇게 나무에 희색 표시가 되어있어서 뭔가 하고 유심히 보고 있는데 다른팀 가이드의 설명이 들린다. 아하. 저게 포탄을 맞은 자국이란다. 그렇구나.. 그래도 그렇지 저 나무에 흰색 표시를 해야만 하는 걸까. 여기 포탄 맞았다고? 

 

수차례의 전화를 이겨내고 꿋꿋이 세월을 감내해 온 기상이 느껴질 법도 한데, 동물원의 상처입은 늙은 사자 같은 느낌이 든다. 저 하얀 낙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 나뿐인건가? 여기까지 이르면 사실상 강화도의 문화재 관리방식에 의문점이 들기도 한다. 

 

 

 

초지진은 가운데 나이든 대포가 하나 전시 되어 있는 작은 성곽이다. 오랜 시절 부터 서울로 진입하는 물길의 수비를 했던 전초기지.. 그곳이 이 초지진이다. 프랑스와 미국군대에 대항해 격전을 펼쳤던 장소이기도 하다.

 

 

 주변은 온통 갯벌인데, 썰물때였던지 물이 빠져나가고 있다. 한바퀴 둘러보는데 시간을 말하기 민망할 정도의 작은 기지에 불과하지만 오히려 전등사 보다는 강화도의 정체성을 한방에 설명해 줄수 있는 곳 같은 느낌이다. 

 

 

PS. 빵야!! 가운데 설치 되어 있는 포는 실제로 사용했던 장비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