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영어를 통해 되짚어 보는 미국의 역사와 문화

슬슬살살 2013. 6. 6. 22:53

아마 전 세계에서 잡학 다식의 꼽는다면, 빌 브라이슨은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여행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그의 지적 능력이 펼쳐지는 건 <거의 모든것의 역사>와 같은 정보전달형 에세이들이다. 수많은 정보와 자료에서 핵심적인 것들만 뽑아내는 그의 글쓰기는 부러움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똑똑해지는 느낌을 준다. 700여페이지에 달하는 영어산책은 이른바 미국식 영어를 토대로 해서 미국의 역사와 문화, 가치관 등의 발전 등을 되짚어보는 책이다. 일반적인 언어학과는 조금 다른 접근법인 것이 미국이라는 나라의 인공적인 태생 때문이다. 보통 언어라는 것은 그곳에 사는 주민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발전해 나가고 주변의 다른 국가, 민족 등과의 교류를 통해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언어의 옛 형태 등을 연구하는 것은 역사의 연구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미국은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들이 세운 인공적인 나라이다. 그들은 이미 완벽한 형태의 영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영어가 미국으로 오면서 변형이 되는 것은 그곳에서 만난 다른 국가들(스페인, 독일 등)의 언어와의 만남. 인디언 언어와의 교류. 그리고 엄청난 산업적 변화에 따른 신조어들의 생성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이 아주 짧은 기간, 적어도 기록물이 존재하는 기간동안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의 미국언어를 되짚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작업이 된다.

 

예를 들면 우리동네에 있는 구파발이라는 지명이 있다. 이곳은 옛날 파발이 쉬는 역참이 있던 장소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부분 전 세계의 지명은 이런식으로 이름이 붙는다. 오랜기간 축적되어 가면서 나름의 유래라는 것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지명은 조금 달랐다. 이미 문명화된 인류가 도착했기 때문에 거꾸로 인위적인 이름을 마구 붙여야만 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명칭에 옛 유럽의 지명이 들어간다던가, 조금 멋진 이름이 붙거나 했던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억지로 이름을 붙이는것도 만만찮은 작업이었을것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다.

 

또 Hint라는 단어가 셰익스피어가 만들어낸 신조어였다라던지, 남북전쟁과 노예제에 따른 인종차별적 언어의 생성 같은 자잘자잘한 상식등을 제공하기도 하고, 정치와 전쟁, 자동차산업의 발달, 대공황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들을 통해 미국인의 가치관과 문화생성의 원인들을 찾아내보인다. 이렇게 수많은 정보들을 쭉 늘어놓고 그 가운데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능력이야 말로 빌 브라이슨의 가장 큰 재주이자, 그의 글이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영어를 잘 한다면 보다 더 재밌게 읽을 만 하지만, 영어를 잘 못해도 상당히 재미있게 읽어 나갈 수 있는 책이다. 여행기만큼 발랄하고 톡톡 튀지는 않지만, 영어와 미국, 그들의 문화와 생각을 재미있게 엿보면서 덤으로 어휘공부도 할 수 있다.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저자
빌 브라이슨 지음
출판사
살림 | 2009-04-27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역사와 풍속을 아우르는 엉뚱 발랄한 미국사 특유의 재치와 입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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