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에 앞서,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골칫덩이의 존재라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새치기왕, 얌체족과 같은 생활형 골칫덩이를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그런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골칫덩이는 보다 더 광범위하고 고차원적인 도덕률에 반하는 인간들을 지칭한다.
번역의 과정에서 골칫덩이라는 표현이 주인공이 되어버렸지만 좀 더 직설적인 우리 표현을 찾는다면 얌체나 지혼자만 아는 놈 정도가 되겠다. 표현이 뭐가 되었던 지간에 이 책에서 다루는 골칫덩이라는 녀석은 범죄자나 싸이코패스 따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에 따르면 범죄 등 사회적 법률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에게 특권을 부여하고 그것에 대해 어떠한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예를 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운전을 하다가 정말 초행길이어서 긴 줄을 무시한 채 끼어들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나는 얌체 짓을 하기는 했지만 골칫덩이는 아니다. 나는 그 행동에 대해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리에 밝은 택시기사가 끼어들기를 일상적으로 하는 경우(대부분의 택시가 그렇다. 먹고살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일말의 미안함이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하면 본인들은 생계를 위한 행동이고, 그것이 운전수라는 직업에 부여된 특권이라 믿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상위 클래스라 할 수 없는 직종의 예이기는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월가의 은행가들의 특권의식도 이 예의 연장선상에 있다.
그들의 행동이 나에게 아주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 아님에도 화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사회 모두가 하고 있는 약속, 만인의 평등개념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골칫덩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저자는 몇 가지 대처방안(?)들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스스로도 그 방법들에 대한 효과를 보장하고 있지는 못하다. 저자가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들을 비난하거나, 무시하거나, 교정하려 하거나 하는 행위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와 우리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이유가 사회적인 길러짐 때문이라면 스스로 골칫덩이가 되어버린 것이 아닐진대 우리가 그들을 비난할 수 있는가 라는 논리인 것이다. 이 논리는 사실상 인간의 인권을 규정하는 잣대에도 적용되는 아주 중요한 가치관이며 아직까지도 창반 양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것이다.(예: 사형제의 폐지 등)
이 책의 가장 중요한 논거는 후반부에 드러나는데 아론 제임스는 이러한 특권의식의 확산이 바로 자본주의의 고도화에서 나오는 문제라 주장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의 신봉자이기는 하지만 그 폐해 또한 인식하고 있다. 자본의 양극화가 바로 특권의식의 확산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꼴이라는 거다.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협력가치의 퇴보를 이끌어내고 자기중심적인 특권자본주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하는 것이다.
공감하는 부분도 꽤 있었지만 너무나 미국적인 사고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며 특히나 얌체에 대한 단상 치고는 꽤나 거창하게 도입해 맥락 없이 끝난다고 느낀건 나뿐일까. 개인적으로는 얌체는 얌체일뿐 게임이론이나 자본주의와의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생각지 않는다. 그것은 개인적인 특성적 돌연변이이며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도덕적 차원에서의 계도 정도가 필요한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부유층의 특권의식은 선민의식이라기보다는 다른 차원의 계도. 사회적인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확립 등 교육으로 풀어내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그들은 왜 뻔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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