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싶은 맛은 그렇게 불현듯 찾아온다.
오늘도 4시가 되니 냉면이 먹고 싶다는 와이프의 오더와 함께 구체적인 가게명까지 하달되었다.
동대문에 있는 낙산냉면. 매운맛으로 유명한 곳인지 4시라는 어정쩡한 시간임에도 가게 안은 점심시간처럼 분주했다. 6천원이라는 결코 싸지않은 가격의 냉면이지만 줄을 서서 먹을 정도의 맛이라니 더욱 호기심이 당긴다.
메뉴는 오로지 물냉면 한종류다. 맑은 국물이 아닌 다대기가 풀어진 매운 냉면.. 거기에서 몇단계로 나뉘어진 매운맛의 정도만 손님이 고를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의 여지이다. 개인적으로 매운것을 잘 먹지 못하는 편이지만 이곳의 가장 매운 맛은 먹을 만 했다. 오히려 보통 매운 맛이 달기만 했던 것 같다. 다른곳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는 되어있는 맛이다.
냉면을 다 먹고 집에 오려니 날씨가 너무 좋다. 불현듯 떠오른 곳이 <인간의 조건>에 나왔던 부암동길..
왜인지 모르지만 윤동주 문학관으로 가고 싶어졌고 도착했다.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공사중인 공원은 둘러보지 못했지만, 부암동 주변을 걷는 것 자체가 꽤나 멋진 산책이더라..
파스타집에, 카페에, 사람들이 엄청 몰려있던 알수 없던 통닭집을 지나 오르막을 걷다보니 웬지 눈에 익은 곳이 나와서 보니 <인간의 조건> 차없이 살기 편에 나왔던 카페가 있다. 박노해 시인의 사진전이 열리는 걸 보고 눈치를 챘다.
이런 동네를 걷다보면 꼭 드는 생각. 나도 이런 운치 있는 곳에서 살고 싶다.. 라는 철부지 같은 생각..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상당히 살기 불편할 곳이다. 그럼에도 동네스러우면서 여유 있어보이는 삶의 공간이 부러움을 자아내는 건 그만큼 지금의 삶이 여유없이 빡빡하게 느껴지기 때문일지 모른다.
동네 그 자체가 삶에 있어 여유로움을 준다는 것은 축복 받는 일이다. 내 어릴적을 떠올려 봐도 주택에서 살았던 기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즐거웠고 삶스러웠었다. 조금은 어렵다 하더라도 가끔씩이라도 찾아서 여유로움을 흉내내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결코 거기서 보았던 통닭이나 파스타 때문이 아니다.
주차한 곳까지 올라오니 힘이 좀 부친다. 마침 예쁜 카페가 나와 팥빙수를 시켰는데 11,000원이라는 거금이면서도 상당한 퀄리티의 빙수다. 과일은 한개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릴적 먹던 팥빙수의 맛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분위기도 좋은 카페였는데.. 역시나 아기를 데리고는 좀 무리인 것 같은 것이 후루룩 마시다시피 하고는 쓸쓸히 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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