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황후화] 화려함의 절정. 떼샷의 최고봉

슬슬살살 2013. 7. 5. 13:00

케이블까지 포함해서 한 세번쯤 본것 같다. 볼 때마다 느끼지만 중국발 블록버스터의 스케일은 정말 차원이 다르다. 기술력은 차치하더라도 수많은 인력을 동원해 그 웅장함을 표현하는 발상이란 건 중국이 아니고서야 도저히 상상하거나, 해내지 못할 것 같다. 예전 항저우에서 본 장이모 감독의 <인상서호>를 보고 느낀 멘붕에 가까운 느낌이다. 황실에서 일어나는 권력에 대한 끝없는 투쟁과 암투, 배다른 형제간의 갈등과 황후의 정략적 반란등은 우리나라의 사극과 별반 다를바 없는 스토리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절대권력을 둘러싼 투쟁이란 모두 대동소이하니까. 그러나 이 영화가 특별한 것은 단순히 고전적 황실 스토리에 황금칠을 해서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근친이라고 하는 쉽지 않은 이야기와 절대권력의 비정함이 강하게 녹아 있다. 여기에 한가지를 더해 후반부에 펼쳐지는 집단 전투씬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느낄 수 없는 카타르시스의 피치를 올린다. 개인적으로는 이 전투씬에서 받은 느낌이 강렬해 케이블에서 할 때마다 보게 된다.

 

황제에게는 한명의 황후와 세명의 아들이 있다. 유약한 장남인 태자 원상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자식으로 궁녀인 선과 비밀스런 연애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또하느의 비밀이 있는데 계모인 황후와 부적절한 관계를 지속해 왔던 것. 강한 전사형 인간인 둘째 원걸과 막내의 전형을 보여주는 원성이 현황후의 아들들이다. 황제는 황후를 서서히 독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이를 알아챈 황후는 자신의 아들 원걸과 함께 반란을 시도한다. 여기에 원상과 정분을 통하고 있는 궁녀 선이 황제의 전처, 즉 원상의 친모의 또다른 딸임이 밝혀지면서 영화는 혼란에 빠져 버린다. 내부에서는 아버지와 아들들이 서로를 저주하며 죽고 죽이는 사이 외부에서는 원걸의 반란군이 궁을 습격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황제를 뛰어 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른 형제들에 비해 고작 7~8명의 반란군을 준비한 막내 원성은 귀여운 수준의 반란을 준비했다가 비밀 근위병 몇몇에 의해 도륙되고, 자신이 배다른 형제와 정을 통했다는 사실을 안 원상은 자결한다. 그나마 제대로 된 반란을 준비한 원걸 역시 근위병에 포위되어 황후와 함께 죽게 되고 황제는 다시 세계의 정점에 무탈하게 앉아있다. 그리고 다음날로 넘어갈 때 궁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깨끗하게 치워지고 별반 다를바 없는 하루를 시작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집단 전투씬은 원걸이 모은 반란군이 궁을 습격하는 장면에서 시작되는데, 황금빛 갑주로 무장한 그야말로 초 정예병들이 몰려 올 때는 이렇게 끝나는구나 하다가도 그들이 궁안에 갇혀서 몰살을 당할 때에는 소름이 돋는다. 인간에 대한 존엄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은 듯한 무심함은 그야말로 황제의 심리상태를 대변하는 듯, 깔끔하고 무감각하다. 그리고 몰살의 흔적이 삽시간에 지워지고 중양절 준비가 완료되는 모습은 그 어떤 전쟁의 참상보다도 더 잔인하다. 별건 아닌것 같지만 병사들이 내지르는 기합과 함성, 구호는 그나마 남아 있던 인간성을 하나도 남김없이 덜어내 버린다.

 

 


황후花 (2007)

The Curse of the Golden Flower 
7.4
감독
장예모
출연
주윤발, 공리, 주걸륜, 유엽, 진준걸
정보
시대극, 드라마, 무협 | 중국, 홍콩 | 113 분 | 2007-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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