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미나문방구] 토요일 낮에 자는 낮잠같은 영화

슬슬살살 2013. 7. 27. 21:21

내 어릴 적 문방구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초등학교 1학년때다. 아. 그때는 국민학교였구나.. 인천에서 유년기를 지냈는데 그때는 한학년이 1천명이 넘는게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학생이 많았다. 우리반만 하더라도 60명이 넘는 정원에 오전오후반으로 나뉘어져 있었으니.. 거북이반이라 불리는 오후반은 1시에 등교를 하는데 1주일치 준비물 리스트를 미리 갱지에 인쇄해 준다. 그걸 들고 학교 앞 문방구로 가면 아주머니가 필요한 걸 미리 담아놨다가 주는 시스템이다.

 

그 시절에서 기억나는 장면은 그장면 단 하나다. 무지하게 더웠던 날에 거북이반이라 하면서 준비물을 받던 기억. 그때가 최초로 혼자 학교를 갔던 때여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 외에도 명절날 1,000원을 받아서 300원짜리 변신로봇 3개를 사서 합체를 시켰던 기억, 고학년 때 드래곤볼의 조악한 해적판을 보던 기억(닥터슬럼프와 북두의 권도 있었다)등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문방구는 빠지질 않는다.

 

고학년때 역시 문방구가 추억은 아니지만 필수적이었으니 내 학생시적 12년은 항상 문방구가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학교에서 대량 구매를 해서 준비물을 학교에서 나누어준다고 하니, 동네 문방구에서 살거라고는 공책이나 필기구 정도가 전부라고 한다. 학생과 학부모는 편해졌지만, 또 하나의 자영업이 없어지는 것 같은 씁쓸함도 있다. 

 

서두가 길었다. 학교 앞 문방구라는 것이 단순한 가게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한 추억의 공간이라는 얘길 하고 싶어서였는데 어이없이 길어졌다. 미나문방구는 전통적인 감동코드의 진부한 영화다. 학교앞에 아이들을 사랑하는 주인이 운영하는 문방구가 있고, 그걸 이해하지 못하는 딸이 있다. 당연히 딸과 아버지는 갈등상태다. 아버지의 몸이 불편해지자 부채 탕감등을 이유로 딸은 문방구를 팔아치우려 하지만 문방구를 운영하면서 아이들에게 정을 붙이게 되고 문방구에 정착한다는 내용이다. 

 

스토리만 봐서는 진부하기 그지없다. 심지어 왕따코드와 가난한 불우학생과 어린시절 친구얘기도 빠지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교과서 수준의 영화라 할 수 있다. 엄청나게 힘을 빼서 그런지 그 흔한 연애스토리 한개 없으며 악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악역이 아예 존재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부담스럽지 않고 예쁜 화면의 편안한 영화를 보고싶을 때, 진부하더라도 이런 영화를 보고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특별한 재미나 감동을 찾기는 어렵지만, 토요일 낮에 2시간 정도 잔 낮잠처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어린시절부터 함께 커온 최강희라는 배우의 늙지 않은 모습도 예쁘고..

 

 


미나문방구 (2013)

Happiness for Sale 
7.6
감독
정익환
출연
최강희, 봉태규, 주진모, 정규수, 김원해
정보
드라마, 코미디 | 한국 | 106 분 | 2013-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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