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IMF라는 쓰나미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개인적으로는 수능을 코 앞에 두고 있었을 때다. 이 영화가 개봉한게..
그때만 하더라도 감히(?) 고등학생 신분으로 영화를 보러 간다는 건 생각하기 쉽지 않은 취미였고, 또 그럴만한 돈도 없었다. 해서 아마도 내가 이 영화를 본건 그 다음해 여름방학 즈음에 비디오로 빌려다 봤을거다.
참고로 당시 영화 순위를 보면 쥬라기공원2가 1위에 올라있었고 샤인이나 제5원소 같은 명작들이 해외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면 한국영화들은 접속과 편지 같은 트렌디한 멜로물이 강세였던 때다.(참고: 1997년 영화 흥행 순위) 당연히 최지우와 박용하라는 검증 안된 배우들이 나오는 공포물. 그것도 고부갈등이라는 소재를 다룬 영화가 흥행에 성공할리가 없지. 올가미는 서울관객 14만의 초라한 성적으로 문을 닫았다.
그런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이 올가미를 집에서 비디오로 보는데 무지하게 무섭더라는 거다. 대낮에 봤음에도 덜덜덜 하면서 봤던 기억이다. 이번에 다시 모텔방에서 15년 된 영화를 보는데 또 후덜덜 한 것이 예삿 공포는 아니구나 싶었다. 다음에서 한번 검색해 보라. 감상평이 후덜덜하다.
"제 결혼 왜 허락하셨어요?"
"내가 언제 니가 갖고 싶다는 장난감 안사준적 있니?"
이 영화는 히치콕의 사이코와 유사한 공포 코드를 가지고 있다. 상식을 뛰어넘는 아들에 대한 집착. 귀신이나 살인마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집착에 기반한 광기. 그 광기가 폭발할 때 소름끼치도록 공포스럽다. 더군다나, 한국은 고부갈등이라는 그야말로 세계 어디에도 유래가 없는 갈등구조가 존재하는데, 웬만한 여성이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소재를 다루었던 것은 현재까지도 그 공포가 유효한 가장 큰 이유다. 다만 현대의 눈에서 볼 때 시어머니를 대하는 최지우의 태도는 노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불과 15년 전에는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는 것이야 말로 그나마 고부관계가 좋은쪽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닌가 싶다.
(여기부터 스포일러)
어머니의 정체를 알게 된 아들이 집을 나가기 위해 실랑이 한다. 아들을 막기 위해 식칼로 자해하려는 엄마와 이를 말리는 아들. 몸싸움 끝에 어머니는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을 자기 손으로 죽이게 된다.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엄마는 이미 집을 나간 최지우를 집으로 끌어들여 집에 가둔다. 당연히~ 최지우의 친구가 그녀를 구하게 되고 탈출과정에서 시어머니는 목숨을 잃는다. 황당한 것은 최지우가 이들을 용서하는 장면인데, 아마도 당시 정서에서는 화해의 장면이 필요했을런지도 모르겠다.
PS. 최지우의 엄청 영~ 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작은 보너스다. 뭐니뭐니해도 아들에 집착하는 시어머니 역할을 맡은 윤소정 여사야 말로 엄청난 연기 포텐을 불러 일으킨다.
PS2. 최지우의 친구로 나온 문수진이라는 배우가 있다. 현재는 활동을 안하고 있는 모양인데 이 배우가 화장한 모습을 보면 상당히 정감있다. 적당한 촌스러움이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걸 문수진이 증명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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