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더 테러 라이브] 무관심에서 출발한 무관심의 테러

슬슬살살 2013. 8. 5. 22:39

너무나도 영리한

이 영화 영리하다. 순 제작비 35억원이라는 액수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 도심의 테러를 주제로 하는 주제에 35억원의 제작비로 이걸 찍어내다니.. 그 놀랄만한 가계부가 가장 먼저 감탄 스럽다. 이 글을 쓰고 있는 8월4일. 개봉 5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는 기사가 보인다. 사실 마포대교와 빌딩 붕괴 장면 외에는 큰 CG가 들어간 것이 없고, 촬영지 역시 방송국을 표현한 세트가 전부이기에 가능했을 거라는 답을 유추해 낼 수 있지만 영화 내내 이어지던 긴박감과 테러에 대한 공포는 설국열차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블록버스터로 착각하게 만든다. 마침, 설국열차와의 대결구도로 흐른 시장상황도 한몫 거들었고..

 

궁극적으로는 무관심의 이야기

마치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속에서 잊혀져간 평범한 시민이 저지르는 테러와 악독한 방송세계를 교차하여 인간의 추악을 드러내는 영화로 포장되어 있지만, 이는 정확히 무관심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은 타인에 대해 무관심하다. 비리투성이로 얼룩진 아나운서 윤영화는 물론이거니와 시청률에 목숨거는 국장(이경영)을 포함해 테러범까지도. 모두들 자기일에만 관심이 있을 뿐 남에게는 무심하다. 물론 테러 시에 인명이 해쳐지지 않도록 신경썼기도 하고, 억울한 면이 없지 않았으며,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는 지극히 감성적인 테러범이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다른이에게는 무관심하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뽑아진 스펙터클

한정된 공간 안에서 최대의 긴박감을 뽑아내는 영화가 없지는 않다. 폰부스와 심야의 FM은 흥행에도 성공 했고, 완전히 관 안에서 90분을 진행시키는 배리드 역시 상당한 긴박함을 드러낸다. 이런 스펙터클은 당연히 극을 혼자 이끌어 가야 할 원톱의 어깨에 달려 있는데, 역시 하정우다. 극을 이렇게 바짝바짝하게 밀어 붙인건 하정우와 헛개차 둘의 능력이다. 욕심을 버린 짧은 러닝타임 역시 성공요인이다.  

 

무관심에서 출발한 테러가 무관심의 테러까지(스포일러)

 

메인 앵커에서 밀려난 아나운서 윤영화가 진행하는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 테러범의 전화가 걸려온다. 확인차 보여 준 마포대교 폭파는 그의 협박이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된다. 이 테러범과의 통화를 생중계하는 것이 자신의 뉴스컴백에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 윤영화는 테러범과 인터뷰를 진행한다. 마포대교의 테러가 자신의 일이 될 때 비로소 관심의 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국장 역시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다. 그 시청률이 70%를 넘기는 순간 이 테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며, 심지어 퇴근해 버린다. 대통령도, 경찰청장도, 이 일은 남의 일에 불과하다. 테러와 같은 큰 일도 본인의 일이 아닐진대 서민 3명의 목숨쯤이야 아무것도 아닐게다.

테러범의 요구는 단 하나. 마포대교 공사 때문에 죽은 3명의 노동자에게 대통령이 사과하는 것. 당연히 끝까지 사과하지 않는다. 이 테러의 한복판에 있는 인물은 윤영화이다. 테러범의 목소리를 전달함과 동시에 소형폭탄으로 협박을 받고 있기도 하다. 전처이자 사랑하는 여자는 마포대교에 고립되어 있다. 영화 끝까지도 이 테러를 막으려는 의지는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다. 모두 무관심하다.

공사당시 죽은 인부의 아들인 테러범은 방송국의 옆 건물을 폭파시키고, 방송국마저 폭파시키려 한다. 범인의 정체를 알아차린 윤영화와 몸싸움 끝에 죽고, 윤영화는 전처의 죽음. 자신을 죽이려는 경찰의 무전 이후에 방송국을 폭파시킨다. 마지막 테러는 관심있는 자가 저지른 일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나쁜 놈은?

누가 나쁜 놈일까? 테러를 자신의 출세도구로만 사용한 윤영화일까? 아니면 이경영일까?. 나타나지 않은 대통령? 비서실장? 경찰청장? 아니면 진짜 테러범이 나쁜 놈인가? 나는 대테러반장(전혜진)이라 생각한다. 그녀는 모든 거짓말을 총동원했으며 그 거짓말의 이유는 테러방지가 아닌, 권력의 수호였다. 모든 이들이 자신의 일 안에서 이기심을 부렸다면, 그녀는 자신의 일 조차도 거짓으로 수행했다. 경찰청장과는 다르다. 경찰청장은 뭐가 어찌 됐건 테러와 대립할 만한 당위성과 위치에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망 윤영화의 사살을 지시하는 것과 함께 그녀에게 제일 나쁜 놈. 아니 뇬을 부여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정우 장난아니다.

 

 


더 테러 라이브 (2013)

The Terror Live 
8.6
감독
김병우
출연
하정우, 이경영, 전혜진
정보
스릴러 | 한국 | 98 분 | 2013-07-31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