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추석때는 특선영화가 대박이다. 추석만세!! 이 영화는 개봉에서는 참패했지만, TV무비로 즐기기에는 꽤나 잘 만든 영화다.
사실 비밀요원이 톰 크루즈일 때부터 영화에 대한 기대가 제로가 되었고, 늙어버린 카메론 디아즈의 눈주름은 다른채널로 돌려버릴까? 하는 마음을 가지게 만들었다. 게다가 스파이와 푼수여인과의 우연한 만남과 어쩔수 없이 함께 스파이 여행을 한다는 구태의연한 설정까지.. 뭐하나 맘에 드는 부분이 없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든 동기 요인은 초반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성룡식 액션장면이다. 성룡이 유치하다 하는 사람도 있지만 웬만한 남성 중에 성룡의 액션이 한창인 와중에 다른 채널로 돌릴 수 있을 만큼 간 큰 인간은 없다. 이미 본 아저씨를 TV에서 다시 해 줄 때 액션장면 만큼은 다시 보고 또 보고 나서야 다른 채널로 돌리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초반의 액션 장면은 앞으로 펼쳐질 화끈한 액션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한다. 이 영화가 갑자기 이상한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건 톰 크루즈가 카메론에게 기장이 없다는 이상한 농담을 하고, 카메론이 특유의 멍청한 웃음을 지을 때부터다. 그때부터 이 영화는 <못말리는 람보>의 웰메이드 버전이 되어버린다.
두번째로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드는 힘은 바야흐로 돈이다. 연출, 연기력도 아닌 투입된 자본과 아웃풋으로 나온 해외의 아름다운 풍광들이 이 영화를 정주행하게 만든다고 하면 실례일까? 하지만 코미디 액션영화 치고는 너무 많은 로케장소를 돌았으며 그 장면장면을 너무나 잘 잡아놓은 카메라는 영화의 배경을 더욱더 열심히 보게 만든다. 따라서 우리는 카메론 디아즈의 눈 주름을 잠시나마 잊을 수 있다.
거기에 한가지를 더하자면, 진지한 영화보다 이런 영화에 나오는 진지한 대사가 더 가슴에 와닿는 이상한 경우가 있는데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일을 미루지 말고 당장 하라는 평범한 가르침이 톰 아저씨의 입을 통해 나올 때는 성경구절이 되어 버린다. 할렐루야~!
언젠가가 가장 위험하죠. 언젠가 하겠다. 언젠가 가보겠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없어요.
개인적으로는 준(카메론 디아즈)를 기절 시킨 후에 로이(톰 크루즈)가 거꾸로 매달린 채 아무 걱정 하지 말라는 장면에서 가장 많이 웃은 것 같다. 그 외에도 빵빵 터지는 헐리우드식 코메디가 곳곳에 숨어 있는데 복고풍 개그가 오히려 신선하다. 톰과 카메론 투톱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보다 영화가 기억에 남게 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연출의 성공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영화다. 다만, 이제는 더이상 카메론의 로맨틱코메디도, 톰 크루즈의 스파이 액션도 더이상 보고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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