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마이웨이]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는데 이 영화를 왜 만들었을까?

슬슬살살 2013. 9. 21. 23:06

또 하나의 추석특선, <마이웨이>다. 글을 쓰기 전 다음에서 네티즌들의 영화 평을 쭉 훑어 보았는데 반응이 완전히 극과 극이다. 전쟁영화가 원래 그런 측면이 있기는 한데,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영화를 싫어하는 치들은 아예 전쟁영화를 보지 않는다. 따라서 전쟁물의 평점이 낮다는 건 전쟁 씬 퀄리티가 낮을 때 주로 일어나는 현상인데, <마이웨이>는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반응와 친일영화라는 반응을 가진 평들이 연쇄적인 0점을 기록한 케이스다.

 

스토리야 말도 안되는 사실이기는 하지만 팩트다. 실제로 동일한 루트를 통해 노르망디까지 진출한 조선인이 10여명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물론 마라톤과 일본인과의 우정은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긴 하지만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사실 그 이역만리까지 끌려갔는데 둘 사이에 우정이 생기지 않는게 더 이상한 일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영화라는 것이 과장과 우연의 연속을 그리고 있음에 유독 이 영화만 지탄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문제는 친일에 대한 부분인데, 친일 영화라기 보다는 일본군에 대한 미화라는 표현이 주인 것 같다. 여기서는 찬반이 엊갈릴 수 있을 것 같다.

 

자, 그럼 영화 그 자체만을 바라보자. 제작비는 300억원. 설국열차(400억)의 초 호화 캐스팅을 생각한다면 결코 밀리지 않는 숫자다. 원래 전쟁영화라는 특수한 분야에 투입되는 비용도 감안해야 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위험한 시도였다. 물론 <태극기 휘날리며>의 성공도 있었지만, 그것은 그 이전에 없었던 영화였기 때문에 성공한 것이었다. 이미 <태극기 휘날리며>가 있는 마당에 그것도 동일감독 동일배우가 찍은 전쟁영화를 누가 보겠는가. 처음부터 실패의 확률이 더 높았던 게임이다.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아니라 다른 것. 다른 스토리가 더 강했어야 했다. 감독도 그걸 알고 있었지만 잘못 이해했는지, 전쟁터와 포로수용소 한복판에서 달리기 연습을 하는 장동건을 만들어냈다.. 영화의 참패에는 장동건의 달리기 연습이 큰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이 영화가 달리기 영화도 아니다. 이 영화는 인간대 인간으로서 점령자인 일본군과 피점령자인 한국인이 전쟁이라는 참혹함 안에서 동질감과 유대감을 느껴가는 휴먼 무비였다. 웬만해서는 구태의연해질 수 밖에 없는 주제였던 거다.

 

그럼에도 이정도 돈으로 만들어낸 영상은 역시 강제규다 싶을 정도로 고퀄리티이기는 하다. 다만, 강제규 필름이 신선함보다 물량으로 보여지는 것 같다. 아직 부족하기는 하지만, 한국 영화판이 강제규 외에도 블록버스터를 연 5~6개는 돌릴만큼 시장이 커진 이상 물량이 아닌 다른 방식의 강제규 영화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예전 <게임의 법칙>같은 스릴러물이 강제규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마이웨이 (2011)

My Way 
6.1
감독
강제규
출연
장동건, 오다기리 조, 판빙빙, 김인권, 김희원
정보
드라마 | 한국 | 137 분 | 2011-12-21
다운로드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