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정선 레일바이크] 시원한 레일바이크 뒤에 기다리는 열국열차가 반전.

슬슬살살 2013. 8. 17. 18:55

이제는 하도 TV에 많이 나와서 어떤 사람들은 정선의 특산물이 레일바이크인줄 안다. 사실 자치단체에서 레일을 재활용 하겠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기특하고 기발한지라, 이런저런 미디어에서 많이 밀어준 것도 사실이다.1 물론 재미있기도 하니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고..

2년 전 눈꽃열차라는 겨울 패키지 여행으로 레일바이크를 탄 적이 있다.(보러가기)  

 

그때는 죽을것 같이 추웠는데 지금은 죽을 것 같이 덥다. 영하 12도와 영상 35도의 간극을 한 장소에서 경험하는 건 쉽지 않다. 달라진게 있다면 2년어치 늙어버린 몸뚱아리와 1명의 어린 몸뚱아리의 추가다.  아. 또 한가지 바뀐 점.. 그때는 예약이 없었는데 지금은 예약이 필수다.   

 

 

 

예약을 하는 것이 좋기도 하지만 이런 여행에서는 시간에 매여야 한다는 단점도 있다. 2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인근의 오장폭포까지도 구경하고 왔으나.. 1시간이 남는다. 이 땡볕에 갈 곳이라곤, 메뚜기 모양을 하고 있는 커피숖뿐이다.

 

 

 메뚜기 모양의 건축물의 1층에서는 돈까스 같은 경양식을 팔고, 2층은 식당이다. 엄청난 바가지를 각오했지만, 무탈한 수준이다. (팥빙수 9천냥)

에어콘 비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인정 가능한 금액이다. 9천원짜리 팥빙수가 롯데리아보다 못하다 할 지라도.

 

 

레일바이크가 워너비 체험거리인 이유는 다이나믹한 경험을 제공해서가 아니다. 철도라고 하는 낭만적인 아이템과 자전거라는 체험형 아이템이 결합된 감성성이 소비자에게 어필한 것이다. 재미보다는 해봤다는 경험이 의미있고, 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것 만 같은 체험거리. 그것이 레일바이크다. 특히나 쭈욱 소실점까지 이어진 레일은 왠지모를 센티함을 주기도 한다.

 

 

 

더위를 피할만한 손바닥만큼의 공간도 존재하지 않는 역사에서 두살배기 녀석은 땀도 안흘리고 잘만 뛰논다. 눈도 안부신지, 땡볕을 쏘다니는데.. 솔직히 좀 부럽다. 나도 더위따위에 굴복하지 않았었는데...

 

 

익숙치도 않은 걸음마로 좁은 승강장을 들락거리다, 엄마한테 잡혀오기가 수차례... 이젠 눈치를 봐가면서 빠져 나간다.  

 

 

 

무더운 더위속에서 이제나 저제나 하고 기다리는데 저 멀리 기차 한대가 앞 팀들을 데리고 승강장으로 들어온다. 들어오자마자 앞에서부터 카트에 앉을 수 있다. 먼저 앉는다고 빨리 가는 건 아니지만 한국인 답게 빨리빨리 카트를 잡는다.

 

 

 

더워서 그런지 앉아서 대기하는 잠깐도 엄청 길게 느껴진다. 앞 뒤의 사람들이 앞으로 30여분동안 함께 이동할  임시동료들이 되는 셈이다.

앞쪽에는 남매가, 뒤쪽에는 연인이 탔다. 우리가 부부니 존재할 수 있는 모든 남녀쌍이 우리 주변에 있는 셈이다.  

 

 

출발하자마자 거짓말처럼 시원해 진다. 수풀로 우거진 레일길은 햇빛이 들어오지 못하고 맞바람이 땀을 식힌다. 기분이 좋아져서 여기저기 사진을 찍어보지만, 레일바이크에서는 생면부지의 앞팀 뒤통수만 찍을 수 있다. 아마 내 뒤에 앉아있던 누군가도 우리 뒤통수를 신나게 찍었을거다.

 

 

겨울철 타는 것과는 또다른 맛이다. 바람도 좋고 하늘도 무쟈게 파랗고.. 당시보다 느리게 느껴진다. 그때는 둘이서 계속 페달을 굴렸던것 같은데 이번에는 한명씩 교대로 굴려도 무난하다. 힘이 좋아진건가. 페달이 편해진건가.  

 

 

경치를 찍으려면 어쩔수 없이 찍어지는 앞팀남매의 뒤통수.. 내 뒤통수도 누군가의 사진첩에 꽃힐걸 생각하니 뒤통수에 꽃핀이라도 달걸 그랬다. 아무튼 좌우로 위치가 바뀌는 동강줄기와 세번쯤 등장하는 터널(특히 마지막에는 음악도 나온다), 오래된 집과 논의 등장은 지루할 수 있는 레일을 다채롭게 바꿔놓는다. 자전거보다 훨씬더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는게 레일바이크의 장점인 듯 하다. 다만 고정되어 있는 코스는 수차례 경험하기에는 조금 약하다.

 

 

속도를 조금 내보니 꼬맹이 녀석이 속도를 즐긴다. 

 

 

레일바이크가 앞뒤로 앉아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함께 이 순간을 남길 방법이 오롯이 운에 따른 셀카 뿐인것도 한몫한다. 마차처럼 마주 볼 수 있으면 조금 더 재밌지 않을까?

 

 

 

후반부에 접어드니 햇살이 강렬해진다. 이럴 때를 위해 준비해 온 우산을 멋지게 펼쳐주지.. 그 와중에 잠들어 버린녀석도 있다.

 

 

드디어 도착이다. 왠지 처음 타던때보다는 빨리 끝난 듯 하기도 하고 민숭맨숭하기도 하다. 너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찾기도 하고 별 감흥 없이 되돌아 오는 열차를 탄다. 역시나 뭐든지 처음이 즐거운 법이다.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이 여행을 신나게 해 준다. 그나저나 돌아오는 열차를 일찍 잡아탄 덕에 앉을 수 있었는데.. 이곳이 이후 설국열차를 능가하는 열국열차가 된다.

 

 

세상에 이렇게 더운 기차란...

시원한 바이크체험 뒤에는 상하이를 능가하는 폭염열차가 기다렸다는 것이 여름철 레일바이크의 무서운 점이다.

아가만 없었다면 반드시 서서 갔으리라...

  1. 특히 1박2일과 VJ특공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