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평은 한 재능있는 작가 한명에 의해 고장이 먹고사는 케이스이다.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은 봉평을 메밀의 메카로 포지셔닝 해 놓았고, 당연히 봉평하면 메밀, 메밀 하면 봉평이 되어 버렸다.
무작정 오기는 했는데 어디로 가야할 지 몰라서 조금 헤메이고 있는데 이효석 작가의 생가가 보인다. 봉평은 다른 지역에 비해 규모가 작은 군인가 보다. 지금와서 보니 저때 태양이 지나치게 세기는 했다. 여기까지 왔으니 시원한 메밀국수를 한그릇 먹고 가야 할 것 같아 무작정 한곳으로 들어간다. 지금와서 생각해 보면 좋은 선택이었다. 굿 초이스~~
국수집의 기본 선택. 몰+비빔+만두, 여기서는 만두 대신 메밀 전병이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정말 시원하고 맛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우리가 메밀국수를 먹을 일이 거의 없다. 보통 일본식 메밀소바를 많이 접하기 때문인데, 이 국수 상당히 맛있다. 생후 14개월이 먹기에도 짜거나 단맛이 없이 시원하게 담백하다. 다만 전병만큼은 아무리 먹어도 맛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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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후에 메밀밭이나 구경하려 했더니 식당 주인께서 바보를 대하는 표정으로 답해 준다. "아직 메밀 심지도 않았어요"
다음달이 축제라 지금 오면 꽃피기 전의 메밀이라도 볼 줄 알았는데, 메밀이라는게 원래 피는데 1달도 안걸리는 식물이란다. 헐~ 언제나 여행의 기본은 사전조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뉘우친다.
맛있는 식사 후에 이효석 문학관을 찾았다. 문학관 자체에 큰 기대를 한 건 아니고, 메밀밭이 없는 봉평에서 갈곳이란게 여기밖에 없다.
어차피 문학관이란 곳의 컨텐츠란게 빤할 빤자고, 산책삼아 들어가 본다.
높지않은 언덕길을 5분정도 오른 길에 자그마한 건물 두동과 잔디밭이 있다. 이곳이 이효석문학관이다. 별로 높지 않음에도 탁 트여 있어 봉평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는 아주 명당에 지어진 건이다. 메밀이 봉평을 뒤덮을 때면 상당히 아름다울 것 같다.
잔디에는 한가지의 구조물만 덩그러니 있는데 이것저것 많이 만들어 놓은 곳보다 훨씬 운치 있고 간결해서 보기에 좋다. 바로 이효석님의 동상과 함께 앉아 사진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 이정도의 전시품이라면 난삽하지 않고 상당히 세련된 수준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있다 왔음에도 기억에 남는 곳인 걸 보면 좋은 여행지는 무언갈 많이 하거나 많이 봐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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