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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씨월드] 투박함이 아름다운 아쿠아리움.

슬슬살살 2013. 8. 19. 22:12

서울에서 34년을 살아도 63빌딩 한번 안가보는 사람들이 있다. 부끄럽지만 나역시 34년 만에 처음이다. 

지금은 코엑스에 최대 규모 수족관이라는 타이틀을 넘겨줬지만, 63씨월드는 아직도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다. 평일에 방문을 한 이번 수요일에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단체 관람객으로 버글버글 하다는게 그 증거다. 물론 높은 연령제한 덕을 보기도 하겠지만...

 

 

 

63 씨월드는 요즘 유행하는 다른 놀이공원처럼 웅장하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그만이 가지고 있는 기기묘묘한 매력이 있다. 뭐라 콕 꼬집어서 얘기하기는 뭐하지만, 서울극장이나 과천 서울랜드 같은 곳들과 같은 느낌. 영광스런 과거를 지닌 건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투박함이다.  

 

 

거대한 해저터널과 엄청난 규모의 코엑스의 아쿠아리움 같은 거대 아쿠아랜드들과는 차별화된 매력이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곳에서 마음이 더 편안하다. 더 유심히 보게 되고, 더 자세히 보게 되고, 특히 분위기 그 자체를 느낄 수가 있다.  

 

 

입구에 자랑스레 펭귄이 전시되어 눈길을 끌고 있고 뒤쪽은 여러 생선들(?)이 전시 되어 있다. 기기묘묘한 물고기들보다는 한번쯤 본 것들이 전시되어 있어 쉬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오히려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 잡는 건 거대 수족관에 담긴 거대 물고기들. 유난히 여기는 이런 거대 품종이 많아 보인다.

 

사실 오늘 이곳을 찾은것도 평소 TV에 나오는 동물들만 보면 좋아서 소리를 꽥꽥지르는 녀석 때문인데 물고기는 별로인가보다. 무서워하면서 가까이 가려 하지를 않은 것을 보니.. 더군다나 대부분 거대 물고기들이니 나라도 무섭겠다.

 

 

 그나마 기대했던 수달코너는 수달 가족들이 한꺼번에 취침중이시라 패스하게 됐다. 악어는..... 움직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건 규모다. 넓지 않다는 건 편안하다는 의미와도 이어진다. 사실 물고기 전문가도 아닌데 동양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상어, 펭귄, 니모, 피라냐, 바다사자. 인기 종은 정해져 있다. 그 외의 물고기는 다 엑스트라일 뿐이지..

적당한 규모는 이렇게 모든 포인트에서의 총을 할 만한 여력을 남겨 준다. 이 또한 맘에 든다.

 

 

63시월드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을 꼽아보라면 단연 펠리컨이다. 처음봤다. 펠리컨. 겁나 크고, 겁나 신기하다.

 

 

시간대마다 바다사자 공연이나, 인어공주 쇼 등 각종 공연이 이어진다.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보다 이 쇼에서 좋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다른 전시관들과 마찬가지로 투박하지만, 아이들은 무척이나 좋아한다. 개인적으로는 수중발레를 하는 인어공주공연이 볼만 하더라. 

 

동물원이나 수족관이 꼭 화려하고 멋있어야만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63씨월드처럼 시민들과 가까운 곳에서 자주자주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더 좋은 곳이 아닐까. 돌아오는데 문득 회가 먹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