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매경

[관상] 운명을 읽는 사내가 살아가는 역사란..

슬슬살살 2013. 10. 6. 22:52

인생이 모두 얼굴에 담겨 있다면..

 

우리나라의 무속은 외국의 무속과 꽤나 다른 점들이 많다. 일반적으로 점, 예언 등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앙의 형태로 존재해왔다. 무당이라는 영역이 이에 속할 것이다. 그것 외에 동양만 가지고 있는 특이한 무속이 있는데 바로 관상과 풍수다. 특히 관상, 성명, 풍수분야만큼은 21세기인 지금에도 그 세를 뻗치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러한 관상, 특히 관상이 가지고 있는 운명론적 요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다.

 

역적의 집안으로 산속에 숨어살며 홀로 관상을 공부해 경지에 오른 김내경은 기생 연홍을 통해 세상으로 다시 나온다. 일종의 사주기방을 운영하는 연홍은 내경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만 하지만, 내경의 출중한 실력은 어느덧 그를 소용돌이 한복판에 밀어 넣는다. 호랑이 같은 김종서 대감과 수양대군이 벌이는 권력투쟁은 김내경의 능력을 가만 두지 않는다.

 

개인의 내력을 살피고 단편적으로 미래를 보는 이가 스스로의 능력으로 역사 한복판에서 처신하는 이야기는 타임머신물에서도 많이 나오는 이야기인데다가 팩션이라는 장르는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흥행이 담보된 장르이기도 하다. 하지만, 내가 본 관상은 지루한 이야기를 연기자들의 호연으로 덮어낸 영화다. 먼저 스스로의 능력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클리셰가 워낙 대중화된 클리셰이기 때문에 역사속 인물들의 등장에 더 힘을 주었어야 했다. 감독도 그 점을 고려했는지 백윤식과 이정재의 첫 등장 씬이 유난히 강렬하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네 인식속에서 김종서와 수양이 가지는 비중이라는 것이 한명회보다 아래에 있는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무언가 다른 장치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이건 다 드라마 때문이다)

 

이 영화의 재미는 역사적 사실 속에서 뛰어난 관상쟁이 한명의 처세를 보는 것을 넘어서 역사가 이루어지는 과정 한복판에 있는 개인을 보는데서 나온다. 그렇지만 김종서와 수양으로는 그 역사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엄청난 히든카드인 한명회 역시 대부분의 관객의 숨을 멈추기에는 약했다. 계유정난이 우리 역사속 엄청난 하이라이트 중의 하나이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없다 할까. 감독이 그렸던 주제의식이 관상과 운명의 상관관계였다면, 보다 쉬운 역사를 배경으로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어차피 다 알려진 유명한 역사를 다룰거였다면 장희빈과 숙종처럼.. 아니면 광해군을 그리거나, 고려말 이성계를 주인공으로 해도 좋을 뻔 했다.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지루해진다거나, 너무나 뻔한 느낌의 전개가 이루어진다 느끼는 사람이 나뿐은 아닐 것이다.

 

 


관상 (2013)

The Face Reader 
7.6
감독
한재림
출연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조정석, 이종석
정보
시대극 | 한국 | 139 분 | 2013-09-11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