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토르만큼은 일반적인 히어로물과는 완전히 다르다. 구해야 하는 세계의 범위 자체가 다른 것이다. 슈퍼맨이든 엑스맨이건, 배트맨, 스파이더맨 모두 지구와 인류를 구하는 것이 지상과제라면 토르는 전 우주를 지켜내야 하는 종족이다. 신에 가까운 생명체라는 설정이 갈수록 영화를 전개하기 어렵게 만든다. 전 우주를 목표로 하는 악당을 만들어내는 일과 위험의 수위를 설정하는 것이 영웅물을 넘어선 SF물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마디로 설정과 밸런스의 붕괴인데 한국의 대부분 판타지물이 다 이 벽을 넘지 못하고 괴멸했음을 떠올린다면 영리한 헐리우드가 어떻게 헤쳐나갈지도 궁금하다.
시리즈의 두번째인 이번 편에서 토르는 고대의 절대무기 <에테르>와 사랑하는 여인의 몸으로의 <봉인>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선택했다. 고대로의 다크엘프 등이 부속물로 나오기는 했지만 형제간의 반목과 어둠의 적을 다루었던 전편에 비해서는 고리타분한 소재다. 특히나 액션이 펼쳐지는 곳이 완전한 새로운 세계 아스가르드와 9개의 우주인데, 뛰어난 그래픽은 있었을지언정 상상력에서는 한계점을 보여줬으니, 너무나 지구같은 공간들의 활용이다. 물론 아바타나 반지의 제왕 같은 판타지 세계 역시 지구와 유사하기는 했지만, 완전히 다른 세계라고 느낄 수 있었던 요소들이 있었다. 기이한 생명체들과 지구의 물리학 법칙이 존재하지 않는 모습 등등. 그러나 토르에서는 복장을 비롯해 그 어느하나 지구의 모습이 아닌것이 없었으며 괴수 등이 간헐적으로 등장하고 기발한 비행정의 모습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진일보한 지구에 다름아니다. 또한 파괴되는 공간들 역시 지구가 아닌 또다른 우주여서인지, 심정적으로 굉장하다거나, 무지막지하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것도 또하나의 단점. 역시 에펠탑이 무너지고, 피라미드가 박살나는 모습이 더 와닿는가 보다.
그럼에도, -영화 <점퍼>에서 한번 선보이기는 했지만- 시공을 오가면 벌이는 토르와 끝판보스와의 대결은 쫄깃쫄깃하고, 영원한 적 '로키'와의 물고물리는 반전은 헐리우드식의 스타급 반전을 드러내며 다음편에 다시 한번 속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 준다.
미국에서는 모르겠으나, 한국에서의 토르는 인간적인 한계가 너무 없는 것이 단점오브단점. 역시 슈퍼맨에게는 클립토나이트가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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