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로도스도 전기] 동양식 판타지의 세계관이 만들어진 곳. 그 시작점.

슬슬살살 2013. 11. 30. 22:30

로도스도라는 인물에 대한 일대기/전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로도스라는 섬의 전쟁사다. 정리하면 로도스島 戰記. 우리나라에서는 한창 PC통신 붐이 일던 95년 경에 번역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20년 전의 장르소설인만큼 지금에 와서 읽을 때 지루한 점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거기에 조악한 번역 또한 글의 몰입을 방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의미가 있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판타지 세계라는 것이 여기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D&D가 판타지의 원류로 알고 있으며, 어느정도는 사실인지라 국내 유명 판타지 작가가 설정 저작권 문제로 소송에 까지 이른 사건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감성적인 면에서 따져 보자면 이 로도스도 전기가 국내 판타지물의 출발점인 것이다. 여성성이 극한까지 강조된 엘프의 존재가 그 시작이라면, 무언가 동양적인 냄새가 물씬나는 세계관이 그 특징이다. 물론 중세 유럽을 떠올리는 세계관이기는 하지만 기사보다는 무사에 가까운 전사계열과 세습 군주제가 아닌 영주 중심의 봉신제를 쓰고 있는 점 등이 더욱더 동양적인 판타지로 보이게끔 한다.

 

소설의 전개와 구성은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으로 스토리가 탄탄하고 적은 동료들과 함께 퀘스트를 수행하듯 한 모험을 즐기는 것이 특징이다. 잘 된 게임 시나리오가 그렇듯이 적절한 반전과 그럴싸한 결말이 존재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 소설을 TRPG소설이라고도 하는데, 그것이 직접적인 게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기는 한데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다. (나로서는) 특히나, 7권에 달하는 글 안에서 다루고 있는 설정들 대부분은 20여년이 지난 현재에도 골고루 사용되어지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 국내 판타지 작가들에게 이 책은 본의아니게 표절을 하게 만드는 원흉이기도 하다. 다만 아무리 번역의 질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문장 자체가 고루하고 건조해, 읽다보면 지루해지는 점도 조금 있다.

 

그러나 수많은 동료들을 비롯해 적군들까지 하나같이 흥미롭지 않은 캐릭터가 없으며 심지어 버려지는 등장인물이 거의 없다시피 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인물 중심으로 그려낸 세계관의 촘촘함이 판타지 작가들이 그의 세계를 차용할 수 밖에 없게 만든 요인이다.

 

줄거리

 

1. 회색의 마녀

  주인공 판(전사)와 에트(성직자)의 첫 여행이다. 마을의 고블린 퇴치로 시작된 여행은 전설의 마녀 카라와의 대결까지 이어진다. 30년 전 로도스를 마왕으로부터 지킨 육영웅 중의 한명인 니스의 딸인 레이리아의 몸을 빼앗은 회색의 마녀 카라와의 대결에서는 승리하지만 그 과정에서 동료 드워프 기므가 죽는다. 카라는 동료중 한명인 우드채크(도적)의 몸을 빼앗아 달아나고 판과 동료들은 우드채크의 몸을 해방시키기 위해 카라의 뒤를 쫒는 여행을 시작한다. 카라를 대상으로 세운 공로를 인정받아 에트는 종교국가 바리스의 신관으로 부임하고, 판과 디트리트(정령사, 엘프)는 여행을 계속한다.

 

2. 불꽃의 마신

 사막왕 카슈가 등장한다. 사막국가 플레임은 바람의 부족과 불꽃의 부족으로 대립되어 있는 상황이다. 불꽃의 부족이 봉인되어 있는 불꽃정령 진의 봉인을 풀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국면을 뒤집으려 하지만 판과 디트리트가 바람의 부족에 합류함으로서 전쟁에서도 승리하고 고대에 내려진 정령의 봉인을 모두 해제해 사막을 원래의 풍요로운 자연으로 변화시킨다. 이 사건으로 플레임은 로도스섬 최고의 부국으로 떠오른다.

 

3. 화룡산의 마룡

  처음으로 태수의 비보가 등장한다. 다섯개의 보물로 이루어진 태수의 비보는 각각 엄청난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고대왕국의 태수 사르반의 소유였다. 섬의 각지에 흩어져 있는데, 1~2편에서 죽은 암흑국가 마모의 황제 베르드의 뒤를 이은 아슈람이 적으로 등장해 태수의 비보중 하나인 지배의 왕석을 노린다. 섬에 살고 있는 고룡 중 한마리가 가지고 있다고만 알려져 있는데 아슈람보다 먼저 지배의 왕석을 찾아야 하는 판 일행의 모험이다. 이번 여행에서 그래스런너(음유시인) 마알이 등장하고, 판 일행은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어 버린다. 로도스도 전기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급격한 능력의 성장이 전혀 없으며 전투의 밸런스 또한 상당히 잘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주인공에 대한 몰입도가 약해지는 대신 극에 사실감을 강력하게 불어넣는다. 웬만한 자제력이 없다면 글을 진행시키기 어려운 설정중 하나이다.

 

4. 왕들의 성전

  여기서부터는 그야말로 로도스 전체가 전쟁터이다. 암흑군단 마모군이 로도스 각지를 공격한다. 여기에 카라의 음모까지 더해져 각 왕국들은 위기에 봉착하지만 판 일행들의 활약은 모든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단순히 판의 무용으로 이룬것이 아니라, 각 왕국의 얽히고 섥힌 인연들의 승리라 할 수 있다. 초대형 전쟁장면도 없고 전략과 전술의 구성 역시 부족하지만 전쟁 속에서의 인간을 무심한 듯 담담하게 그려 내고 있어 오히려 가볍지 않다. 마치 역사적 사실을 읽듯 하면서도 몰입할 수 있게 만든다.

 

5. 로도스의 성기사

  새로운 주인공 스파크가 등장한다. 불꽃의 부족의 후계자인 스파크는 플레임 차기 왕권 순위이기는 하지만 아직 여러모로 부족할 따름이다. 그동안 주인공이었던 판과 디트리트는 연인이 되었으며 대륙 제일의 자유기사로 명성이 높다. 판의 도움을 받아 스파크와 그의 일행은 마모를 해방시키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레이리아와 슬레인(마법사, 판의 오랜 동료)의 딸인 니스의 몸을 빌려 암흑여신 커티스를 부활시키려는 바그나드의 음모까지 드러나 국면은 알수 없을정도로 복잡하게 전개 된다.

 

 


로도스도 전기. 1: 회색의 마녀

저자
미즈노 료 지음
출판사
들녘 | 2013-02-2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모든 모헙의 시작, 정통 판타지의 귀환!! 저주 받은 섬 [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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