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라는 소재는 책, 영화, 게임 등에서 최대 단골 소재다. 언뜻 생각해도 영화종류만 해도 수두룩하다.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도 좀비롸 인류와의 사투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조금은 식상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활자매체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으로 읽는 내내 인류의 마지막을 상상할 수 있게 해 준다.
이 책은 좀비와의 전쟁에서 인간이 승리한 후 재건 되는 시점에서 좀비전쟁을 회상하는 인터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계 각지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각각의 기억에 의존해서 10여년 전에 일어났던 좀비와의 전쟁을 회상한다. 긴박감이나 공포스러움 보다는 인간적 존엄성이 사라져버린 세기말 디스토피아 상황을 덤덤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그런 점이 더 공포를 일으킨다. 인터뷰에는 한국 국정원의 인물도 등장하는데 그의 입을 통해서 북한사회가 지하로 숨어들었고 아마 2000만명이 넘는 좀비군단이 지하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어느날 갑자기 세계 각지에서 좀비바이러스가 출몰한다. 이번 좀비 바이러스는 중국의 장기매매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공포에 질린 인류들이 집단으로 이주하면서 전 세계로 퍼진다. 뇌가 파괴되어야만 죽는 좀비에게 그간의 무기는 소용이 없다. 오히려 재래식의 무기만이 필요하지만 숫자가 급속도로 증가하는 좀비 앞에서 인간의 군대는 계속 밀려나간다. 이 사태를 예견한 이스라엘은 완전한 폐쇄 정책을 펼치고 벽을 만들어낸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소규모 핵전쟁을 일으키고 바다는 난민들의 천지가 된다. 좀비의 공격보다 공포스러운 것은 존엄성을 상실한 인간들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무질서다. 그러나 인간은 결국 좀비에 반격을 가한다. 스스로 존엄성을 포기한 계획(레데커 플랜)을 통해서 인간은 다시 이 땅에 자리를 잡는다. 인류는 가장 안전한 곳으로 소수의 인류만을 이동시키고 나머지 인류들은 외곽에서 좀비들의 미끼가 된다. 물론 스스로는 안전지대에 있다고 착각하면서. 인류는 상처로 뒤덮인 승리를 가져가고 새로운 출발을 시작한다. 지금까지의 세계는 버리고 재편된 지구는 오로지 생존만을 위한 전투모드로 변모해 있다.
외전에서는 몇가지 이야기가 추가 되었는데 인간들의 멸종을 막아야만 하는 뱀파이어의 이야기와 전시 복구에 대한 처절한 이야기 등으로 구성되어있다. 아주 중요한 이야기는 아닌지라 생략해도 무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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