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부분과 전체] 현대물리학의 철학, 과학자의 윤리와 국가관

슬슬살살 2013. 11. 6. 22:19

고백하자면.. 이 책의 3분의 2는 이해하지 못했다. 서울대 권장도서 100선이라는 샛노란 마크는 첫장부터 난관에 부딛히는 독자에게 더 큰 좌절을 남긴다. 저자는 하이젠베르크다. 잘 모르겠다고? 1932년에 불확정성이론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한 천재 물리학자다. 저자소개에는 현대양자역학의 기초를 확립하고 원자핵이 중성자와 양자로부터 이루어지는 이론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소립자론의 기초적 연구에 이바지했다. 라고 적혀있다.  전공자가 아닌 대중은 신문의 주식면 만큼이나 지루하고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이다. 저자소개 뿐 아니라 20개 챕터로 이루어진 본문 역시 대부분은 양자역학, 상대성원리와 원자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로 점철되어있다. 그럼에도 머리를 싸매가면서 읽어야만 했던 의미는 무엇인가.

 

하이젠베르크의 자전적인 기록이기도 한 이 책에서 우리는 현대 물리학의 뛰어난 수재가 자라온 이야기뿐 아니라 그가 바라본 20세기 초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처음에는 약관에 이르지도 못한 청년들의 수준높은 대화에 탄복하고, 이어서는 물리학자로서 바라보는 세계관과 과학적인 접근방식. 끝으로는 핵과 원자폭탄에 대한 학자로서의 책임의식까지 엿볼 수 있다는 것은 보통 기회가 아닌 것이다.

 

초반의 젊은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으로 출발한다. 원자라는 개념이 태동하던 시절에 하이젠베르크는 현대물리학의 가치관을 만들어 나간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실증주의와 형이상학. 종교와 과학과의 마찰 등에서는 과학자로서 지켜야 할 노선을 제시한다. 물론 뉴턴, 갈릴레이 등 시대의 저항에 직면한 학자들이 없지 않았지만, 20세기 초반만큼 과학발전의 방향이 불확실한 때도 없었다. 심지어 그들은 과학의 이해라는 개념까지도 수차례의 토론으로 정립해야만 했다. 그런 지경이니 작은 단어하나, 미세한 사고방식의 차이가 얼마나 불꽃튀었을까. 이런 과학적인 토론 외에도 독일인이었던 하이젠베르크를 통해 우리는 2차대전과 히틀러에 대한 독일 지식인들의 생각과 원자폭탄을 만들어낸 과학자들의 심경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 이런 챕터가 2~3개 되는데 여기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물리학자를 넘어서 독일의 지식인으로서 견해를 설명해 나간다. 아전인수격인 표현이 없지는 않지만, 그의 말대로라면 독일이 불과 50여년만에 이자리에 올라온 것도 우연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20세기 초반의 물리학과 철학, 정치, 역사, 타 과학 등 한 인간이 살아가면서 생기는 수많은 가치관과의 대립에서 우리의 천재 물리학자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까지도 삶의 방향을 제시한다.

 

 


부분과 전체

저자
하이젠베르크 지음
출판사
지식산업사 | 2013-10-08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머 리 말과학은 사람이 만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실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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