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신륵사 방문이다.
예전에 갔던 곳들을 이제 한명이 늘어난 채로다. 특이하게 남한강을 끼고 지어진 신륵사는 그 풍광이 무척이나 아름답고 특히나 겨울이 절정을 이룬다. 눈까지 싸였다면 천하의 절경이었겠지만, 아침나절의 싸늘한 운무는 고즈넉한 절의 느낌을 잘 전달해 준다.
주차하는 곳에서 신륵사로 들어가는 문 옆에 " 백년의 탐욕은 하루 아침의 티끌이로다"라고 쓰여있는 현판이 걸려 있다. 불과 1박2일짜리 서울에서 60Km 떨어진 곳으로의 가벼운 여행이지만, 이렇게 오고나면 그간 바쁘게 살았던 것이 꿈 같다. 뭐든지 한걸음 뒤에 물러서서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여행이란 게 한걸음 뒤로 물러설 수 있게 한다.
신륵사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이 정자다.
강월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정자에서 신륵사를 설립한 나옹화상을 화장했다. 카메라에 담고보니 모한 이질감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강 건너에 있는 거대한 현대식 건축물이 정자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 어제 묵었던 썬밸리 호텔이다. 이용할 때는 편하고 즐거웠지만 한걸음 뒤에서 보니 분위기는 영 꽝이다.
사람이 다니기 전 시간부터 부지런을 떨었더니 신륵사 전체가 우리 쉼터다. 치이지도 않고 조용히 마음껏 사진을 담을 수 있다.
가을에 왔을 때에는 나무가 어우러진 경치가 끝내주더니, 겨울은 알 수 없는 황량함이 운치있다. 무엇보다 바로 앞에 펼쳐진 남한강이 운치에 편안함을 더한다.
신륵사의 가장 큰 보물인 10층 전탑이다. 석탑도, 목탑도 아닌 전탑. 벽돌로 쌓아올린 탑인데 굉장히 흔치 않은 탑이다. 그 시기 또한 고려시대이니 아주 귀한 보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셈이다. 그 외에도 신륵사에는 보물 투성이다.
내일이면 세 살이 될 채은이가 탑을 쌓고 기원을(?) 하는 척 한다. 온 김에 채은이의 이름을 담아 소원초에 불도 붙인다. 이정도 쯤이야 기독교인 할머니도 양해하시겠지..
요즘들어 계단오르기에 재미를 붙인 채은이는 이곳의 풍광과 무관하게 계단을 오른다. 20여개의 계단을 도움도 없이 오르고는 거친 숨을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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