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아쿠다가와 작품선] 요절한 천재. 류노스케의 기괴스러움을 만나다.

슬슬살살 2014. 3. 2. 21:12

아쿠타가와를 소개 받은 건 리영희 선생 평전에서다. 학생 시절 아쿠타가와를 즐겨 읽었다는 리영희 선생이 극찬한데다, 라쇼몽 같은 귀에 익은 작품 제목이 아무 생각 없이 작품을 고르게 만들었다.

 

주로 단편을 발표했던지라 읽는데 시간이 많이 들지는 않지만, 일반적인 서사를 읽는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면 조금 난해 할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의 이상의 시나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에서 느껴지는 느낌이 혼재해 있는 인상을 받았는데 그 기괴스러움이나 독특한 어투와 전개가 더욱 작품을 신비롭게 만든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추상화를 보는 것 같아 쉽사리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는 이야기.

 

대표적인 작품 몇 개의 줄거리를 소개하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는 것이 소설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렵다. 정확히는 줄거리가 없다는 표현이 맞는데, 대부분의 작품들이 서사보다는 현장을 꿰뚫는 관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는 라쇼몽을 소개하자면, 물건을 훔치기 위하여 시체 따위가 버려져 있는 라쇼몽에 숨어든 도둑 하나가 시체에서 머리카락을 훔치는 노파를 발견하고 죽은 자와 노파의 옷을 훔쳐 달아난다는 이야기다. 극한에 몰렸을 때 인간을 날카롭게 파헤쳤다는 주석이 작품해설에 달려있지만, 가슴에 와 닿지는 않는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젊은 날 요절한 천재라는 점에서 한국의 이상과 비교해서 읽으면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의 작품들은 뚜렷한 기승전결이 전개되는 방식이 아니라 인간을 철학한다는 표현이 더 맞다.

 

개인적으로는 읽으면서 전혀 즐겁지 않았고 오히려 찝찝한 감정이 더 들었다. 감각적인 글들이긴 하지만 뇌리에 강렬하게 오지도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어렵다 하는 점인데, 인상주의 화가의 그림처럼 셔터가 눌러진 한순간의 감성을 조망하는 글들이 낯설기 때문이다.

 

 


아쿠타가와 작품선

저자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출판사
범우사 | 2002-06-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35년의 짧은 생애 동안에 일본문학의 금자탑을 세운 아쿠타가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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