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사춘기 부부] 1993년 대학생이 가지고 있었던 사랑관, 여성관, 연애관

슬슬살살 2014. 2. 12. 22:42

 

1993, 이제는 중년이 되었겠지만 당시에는 풋풋한 대학생이었을 노재명이라는 이가 PC통신에 연재했던 글이다. 부족한 글솜씨가 귀엽게 느껴진다.

 

 

확실치는 않지만 글솜씨로 봐서는 당시의 대학생 정도로 추측해본다. 당시로서 신기술인 PC통신을 이용한 글로 봐서는 나름의 신세대였으리라. 어린 대학생 부부의 이야기라는 시놉이 당시로선 나름 신선한 생각임이 분명했겠지만, 이야기의 구성요소가 고작 술과 순종적인 여성상과의 대비뿐이라는 건, 우리사회가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다.

 

술먹고 사고친 동갑내기 대학생 미자와 민철은 부부가 된다. 왈가닥 같은 미자와 조금 얼빵한 민철의 결혼은 출발부터 문제가 있었는데, 둘 사이가 사랑보다는 친구로서의 감정이 더 큰 관계라는 것. 한마디로 우연찮게 부부가 된 두 대학생이 소소한 고난을 거쳐 사랑을 키워나가는 구태의연한 줄거리이다. 개중에는 친구들의 장난, 질투 등등 생각하기 빤~한 이야기들의 연속이지만 더욱더 믿을 수 없는 건 둘 사이에 우연찮게 아이가 태어나고 그 아이가 사랑의 씨앗이라는 놀라운 결말이다. 세상에, 아무리 20년 전이라지만 대학생의 이게 대학생의 머리에서 나온 생각이라니.. 우리 할머니의 가치관과 별반 다를게 없지 않은가. 심지어 시집살이에 대한 묘사라던지, 여성의 생각을 다루는 부분을 읽다보면 아마 한번도 연애를 해보지 못한 인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사실 책보다도 지은이인 노재명이라는 사람에 관심이 더 갔다. 도대체 이 사람은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당시에 PC통신에 부족한 글을 끄적이며 밤을 샜을 그 젊은 대학생은 20년 뒤 누군가가 굳이 그 글을 찾아볼 걸 알고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찾아봤지만 97년도의 기사만 겨우 건졌다. , PC통신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일반문학까지 진출한 초기세대로 이우혁과 함께 주목받는 신진작가였다는 사실. ‘아틀란티스 광시곡’(이성수) ‘바람의 마도사’(김근우) ‘피아노맨’(유상욱) ‘사과전쟁’(김온영) ‘공포’(남주현), ‘재즈섹스’(이수진) ‘니그로 방광염 페미니즘’(신지형) ‘자오선’(최철영) ‘비공개’(박용호) ‘어느날 갑자기’(유일한) 등이 함께 이름을 올렸는데 김근우 정도만 현재까지 활동하는걸 보면 PC통신문학이라는 것이 여전히 한계임을 알 수 있다.

 

사랑을 지키거나 혹은 만들어간다는 둥 오글거림이 가득해 문학작품으로서는 가치를 따지기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지만, 93년도의 젊은 세대와 요즘의 청춘들의 사랑관, 가족관, 인생관을 조금이나마 비교해 볼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춘기 부부

저자
노재명 지음
출판사
오늘 | 1993-07-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대학생 부부의 사랑만들기를 그린 소설.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