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서태지를읽으면 문화가 보인다] 서태지의 은퇴를 예견한자는 누구인가.

슬슬살살 2014. 3. 13. 15:54

1992,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괴물그룹의 등장은 트로트와 발라드로 대표되던 음악시장에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의 열풍은 이슈, 열광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태풍이었고, 이에 대해서는 서태지 옹호론자나 비평론자나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다. PC통신이 활발하게 확대되던 시기인지라, 하이텔 등에서는 대중음악에 대해서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 졌었는데, 리뷰 수준의 글들이 범람하는 요즘에 비추어 보면 당시의 논의들이 상당히 심도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나, 가장 치열했던 토론장이 문화평론분야였으며 서태지와 신해철은 끊기지 않는 토론 주제였다. 이 책은 당시의 글들을 엮어 낸 책으로 지금 읽어보아도 상당히 훌륭하며 젊은 리스너들의 비평은 날카로움까지 지니고 있다. 서두에도 나와 있듯이 전문 비평가들이 아닌지라 논리의 오류, 일반화 등 부족한 구석이 없지는 않으나 그마저도 대중음악에 대한 애정어림이 느껴지는 귀여운(?) 글들이다.

 

책의 앞 뒤는 넥스트와 신해철, 산울림 등에 대한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핵심 주제는 서태지. 그것도 LENNON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76년생 강명석(당시에는 군이었다)군의 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20대에 불과했을 그의 나이를 감안하면 엄청난 분석력이 엿보이는 글들이다. 특히나 3집 자켓 시계그림에서 4집 이후 은퇴를 예견하기도 했는데, 대단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1

 

LENNON은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그룹과 서태지라는 걸출한 음악인에 대해 성공이유, 사회적인 이슈와 공감대의 원인까지 깊이 파고들 뿐 아니라, 음악 그 자체에 대한 나름의 논거를 열거하고 있다. 그들의 가사를 한줄 한줄 분석하고 음악에 대한 의견들을 전개하고 있어 서태지의 팬들에게는 읽기만 해도 즐겁다. 이 책을 95년도에 접하고 20년이 지나 다시 읽다보니 서태지의 음악에 빠져있던 추억도 새록새록하다. 특히나 서태지라고 하는 시대문화적 아이콘이 끼친 영향이라는 것은 어마어마 해 당시의 대중음악 분위기 뿐 아니라 신세대의 문화적인 경향,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동향등을 파악하는데 나름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오롯이 팬의 입장에서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인으로, 마케터로서, 세일즈맨으로서의 서태지를 다방면에서 바라보고 있어 맹목적인 팬의 글을 벗어났다. (물론 편중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 글 잘 쓰던 강명석군은 2014년 현재에는 대중문화평론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텐아시아의 편집장으로도 활동했었다. 현재에도 날카로운 촌평을 계속하고는 있지만, 젊은이의 순수함과 귀여움은 오직 이 글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으면서 요즘 나오는 대중가요들에 대해서는 왜 이같은 토론과 비평이 보이지 않는지 안타깝다. 비평이라는 것이 꼭 언더그라운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닐텐데 훌륭한 비평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음악인보다는 스타들이 더 많이 주류에 존재하는 건 아닐는지.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

저자
강명석 외 지음
출판사
한솔미디어 | 1998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제목 서태지를 읽으면 문화가 보인다?! 저자 강명석, 출판사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3집 자켓에는3시를 나타내는 시계그리이 있는데 실제로는 11시의 모양이다. 이걸 보고 12시 이후의 시간이 없음을 발견해낸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