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처음으로 비뢰도와 묵향을 접하고 제대했다. 졸업을 안했으니 백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학생이라고도 할 수 없는 묘한 위치에서 매일을 만화방에서 판타지와 무협을 탐독했었다. 2002년부터 2003년 사이동안 쉬지않고 읽어댔으니 당시에 나왔던 장르물은 대부분 읽었으리라. 이 때는 묵향의 아류작으로 차원이동물들이 범람하고 있었고 나중에는 읽다 지쳐 포기했으니 짧은 시간에 양판소까지 겪은 셈이다.
가상게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은 그 이후에 나왔고, 섀도우월드도 그런 류의 소설 중 하나다. 게임판타지라는 분류로 하나의 장르를 구성하게 된 것 같은데, 현실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선뜻 읽기가 꺼려진다. 특히나 레벨 개념과 랭킹의 개념이 그대로 보여지는 것이 드래곤볼의 전투력 측정만큼이나 유치하다. 개인적으로는 게임 그 자체에 이렇게까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려는게 자존감 결여에 의한 현실도피라고 생각한다.
일단 통신에 기반한 소설들이 대부분 그렇듯, 에피소드들 간의 연결고리가 약한 것은 이해하겠지만 이 소설의 경우는 정도가 심하다. 그냥 아무쪽이나 펴서 읽어도 이해가 될 만큼 앞뒤 맥락이 없고 하나의 큰 줄기를 따라가는 에피소드도 없다. 그때그때 작가가 떠오르는데로 휘갈겨 썼다는 것이 그대로 느껴진다. 꼭 어린아이들이 역할놀이를 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데, 통신에서 그쳤다면 모를까 정식으로 출판이 된 이상 그 수준에 대한 비판을 피할 도리는 없어 보인다.
세한이라는 주인공이 섀도우월드라는 가상게임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주 줄거리로 하고 있고 게임을 해 나가면서 여자도 만나고 동료도 만나지만... 미안하다. 간만에 끝까지 읽지 못했다. 4권까지는 어찌어찌 꾸역꾸역 읽었는데 도저히 진도를 뺄 수가 없다. 무얼 읽었는지 알 수도 없고..
글을 썼던 김정욱씨는 아직까지 이런저런 글로 활동을 하는 모양인데, 큰 기대가 가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다시는.. 이따위 글을 읽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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