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킨스쿠버 강습 체험?!
첫째날은 새벽에 도착했기에 오늘이 본격적인 여행의 시작이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했는데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11시부터 일정이 시작이니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수영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 일정은 뭐지?? 스킨스쿠버에 노란잠수함이라..
스킨스쿠버 체험이 아니라 강습 체험이다. 첫 여정부터 불신감이 밀려온다. 저가 패키지에서 뭘 바라겠냐만, 궂이궂이 연계상품 홍보 코너까지도 특전인것처럼 소개하는 건 좀 아니지 싶다. 가이드도 머뜩해 하는게 눈에 보인다. 뭐 어차피 아기때문에 못할 체험이니 앉아서 주는 커피나 받아먹자 하는 마음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스킨스쿠버는 작은 풀장에서 연습을 하게 되고 원하는 사람은 추가비용을 내고 인근 바다로 나가게 되는 시스템이다. 대부분 추가비용을 내고 바다로 나가는 걸 택하는데 문제는 한 팀에서 일부만 나가는 경우 나머지 인원이 기다려야 하는 고약한 시스템이다. 우리처럼 해봤거나, 아이가 있거나 등등 여러가지 이유로 못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인근 식당에서 먼저 식사를 하게 해 주거나 적어도 둘러볼 곳이라도 연계를 해 주어야 하는데 소중한 시간만을 날리는 것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패키지 조항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는게 실감나는 순간이다. 강습장이 있는 라푸라푸 씨티는 마젤란을 죽인 전통 추장의 이름을 딴 동네다. 날씨가 좋아 사진으로는 아름답지만 예쁜 곳은 아니다. 포장도 안되어 있고 물도 탁하다. 고기잡이배가 들락날락 하는 곳이라 바다에 발을 담그기도 애매한 곳이다.
햇살이 강렬해 따가울 정도지만 공기 자체는 뜨겁지 않다.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서울보다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다리는 이들에게는 커피와 주스가 계속 제공되니 잠깐 분노한 마음을 가라 앉히고 주변사람들과 이런 저런 통성명을 한다. 10명정도가 같은 팀인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조용한 사람들이 한 팀이 된 듯 하다. 9살 먹은 딸의 생일 축하 여행을 온 아주머니, 요리사? 혹은 그와 비슷한 직종에서 근무하는 걸로 보이는 54년생 아버지와 함께 온 딸, 채은이와 같은 나이, 같은 이름의 딸을 가진 부부, 마지막으로 묵언 수행중인 커플까지... 모두 너무 얌전한 타입의 사람들이 한데 모였다.
바다로 나간 팀 시간이 길어져서 먼저 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오후 일정이 별도로 잡혀 있어 팀들과도 잠시 작별을... 현지 포터 안내로 겸손버스를 타고 식사 장소로 이동한다. 점심은 파인애플 농장에서의 몽골리안 BBQ다.
◆ 중식: 파인애플농장의 몽골리안 바베큐
기억나지 않는 이름이긴 하지만 분명 한글로 된 간판이 있었다. 파인애플 농장이라고 예정되어 있었고 뒤편에 실제로 파인애플도 있긴 했지만 '농장체험'의 이름을 붙이기에는 궁색해 보인다. 가게 한켠에는 투계장으로 보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세부 사람들이 투계를 무척이나 좋아 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여기까지 오는 짧은 거리에서도 유난히 닭을 많이 봤었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단체식당 느낌이 물씬 나는 식당 한켠에는 자기가 골라서 볶는다는 몽골리안 BBQ 코너가 있기는 한데 창고같다. ㅜㅜ 게다가 재료 종류가 너무 적어서 맛을 만드는 개념이 아니라 양과 소스만 조절하는 개념이다. 그럼에도...
절대미각 마눌님께서는 그 재료 만으로도 세가지 종류의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내었고, 그 맛도 수준급이었다. 마셰코?! 사실 동남아에서 음식문화를 논하는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란 건 잘 안다. 그렇게 맛있었으면 벌써 필리핀 음식 전문점이 생겼겠지.. 하지만 알면서도 해외여행한다는 기분에 자꾸 음식 타박을 하게 된다. 아무튼, 잠들었던 채은이 요리까지 모두 집어먹고 잠수함으로 이동해 본다.
◆ 응가냄새가 가득했던 노란 잠수함
이때까지는 평온했다.. 이때까지는...
세부에서 나름 필수코스인 노란 잠수함은 한국사람이 운영하는 듯 하다. 도착하자마자 어서오세요 부터 가이드 멘트를 해 주는 사람까지.. 하긴 '노란잠수함'이라는 작명센스 역시 한국느낌이다. 아무튼, 노란 잠수함이란 세부의 바닷속을 잠수함을 타고 약 40M가량 탐사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름만 들었을 때에는 아열대 지방의 니모들을 바닷속에서 생생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육지에서 작은 배를 타고 모선으로, 모선에서 다시 잠수함을 타는 복잡한 여정이다. 여기서도 포터들이 계속해서 사진을 찍어주는데 상당히 기술이 좋다. 찍는 요령이 있는 건지 상당히 찰나를 잘 찍어내는 편인데, 사실 이게 다 돈이어서 실력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 당연히!! 잠수함에서 올라오면 가족의 예쁜사진을 담은 액자가 10달러에 우리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잠수함은 약 40분간 항해한다. 한국인 가이드가 바닷속 좌우의 경치들을 설명해 주는데 거기에 물고기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왜냐하면 잠수함 덕분에 물고기가 다 도망갔기 때문이라는 벙구같은 이유인데.. 한마디로 이 잠수함은 산호초와 말미잘만 볼수 있는 잠수함인 것이다. 심해 40m까지 내려가서!! 도대체 왜!! 물론 돌아올 때 즈음에 전문 잠수부들이 작은 수중쇼를 보여주기는 하지만 물고기를 보지못한 아쉬움에 비할바는 아니다. 대부분 물고기를 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렇지만 상승할 때 잠수함에서 나오는 수많은 기포와 함게 울려퍼지는 <Let it go>는 꽤나 그럴싸 했다.
출발할 때 채은이가 그만 바지에 응가를 하고 말았다. 잠수함이라는 공간적 특수으로 실내는 이내 메탄 냄새로 가득찼고, 어쩔 수 없이 채은이를 안고 있어야만 했다. 그때 같이 탔던 승객들에게 정말 죄송하다. 심지어 어떤분은 잠수함에서 나는 고유의 냄새로 아시는 분도 계셨다. 그리고 나는 40분동안 다른 것에 집중할 수가 없었고.. 이래저래 고생스러운 탑승이었지만, 바닷속에 들어간다는 경험만은 좋았다.
잠수함에서 나오면 액자와 함께 사진을 판매한다. 아주 작은 형태의 사진은 공짜로 제공되긴 하지만 사진 퀄리티가 매우 높아 백이면 백 액자째 사가는 걸 선호한다. 지금 우리집 TV옆에는 세부 잠수함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놓여있고, 행복해 보이는 효과가 있어 만족스럽다.
◆ 저녁은 리조트에서 포크스테이크를...
...먹었다. 위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필리핀 음식 맛없다. 저가 패키지여서라고 생각해 보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필리핀 음식이 맛있을 수가 없다. 재료가 좋기 때문에 바베큐 같은게 좋을지는 몰라도 정식 요리가 발달하기에는 문명의 역사가 너무 짧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분위기. 그런 점에서 피곤한 상태에서 들렀던 식당은 합격이다. 독특한 맛의 오이(?)주스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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