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생각없이 채널을 돌리다 나온 세부여행 홈쇼핑 특가 패키지.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기간, 적당한 가격으로 한번 보여지니 꼼곰히 따져보지도 않고 덜컥 결제를 해 버렸다. 머릿속에서는 '이번 휴가는 그래도 동남아를 갈테야..', '채은이와 첫 해외여행을 가야지..' 하는 자기 정당화와 통장잔고를 재빠르게 계산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벌~써 바다 건너편으로 향한다. 여유로운 공항 쇼핑을 꿈꿨던 첫날..
꿈은 망가졌다..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가기는 했지만 발권부터 출입국 심사대와 검색대를 통과하는 절차들이 어찌나 고난하던지.. 아이를 한 손에 들고 짐은 짐대로.. 여권을 꺼냈다가 비행기표를 꺼냈다가하기를 반복하고나니 어느덧 면세점이다. 10시 15분 비행기. 현재시각 7시10분.. 세시간이 남았다. 면세점을 빛의 속도로 들락하는 와이프는 와이프대로.. 채은이를 안고 돌아다니기는 돌아다니는대로.. 질질 끌려다니다 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한다. 아니, 가격으로는 절대 간단하지 않다.. 도대체 여기는 왜이렇게 비싼거야? 면세점에 있는 식당이면 밥도 면세를 해줘야 하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은 햄버거 + 소불고기 덮밥.. 가격은 왠만한 뷔페 1인분 가격이다.
처음으로 4층에 있는 Rest Zone을 올라가 봤다. 여기가 천국이지 싶을 정도로 한적한데다가 누워서 대기하는 라운지까지 있다. 낡고 지저분한 키즈공간도 있어서 잠시동안의 평화를 제공한다. 비선루라고 이름지어진 별볼일 없는 한글홍보관을 들락거리다가 드디어 출발 한시간 전이 되었다. 여기에 무료 샤워시설도 있으니 필요할 때 이용해야겠다.
20분 연착된 세부퍼시픽을 올라탄다. 드디어 출발이다. 세부로 이동하는 시간만큼을 공항에서 보내고 나니 진이 빠진다. 면세점 쇼핑을 즐기지 않을 거라면(즐길수도 없다), 최대한 보딩을 늦게 하거나, 4층에서 시간을 최대한 보내야 한다는게 교훈이라면 교훈.
세부퍼시픽은 처음인데 기내에서 아무것도 제공되지 않는다. 생수가 2달러에 제공되며 기내식은 7~8달러인데 보기만 해도 맛없어 보인다. 보딩 후에 구입한 음식과 음료수는 반입이 가능하니 철저히 이용하자. 그래봤자 비싼건 마찬가지지만(도찐개찐?!).. 다행히 비행기 안에서는 잘 자준 채은이 덕분에 무난하게 올 수 있었다.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현지시각 2시50분. 마중나온 가이드를 따라 고물 벤을 타고 10분정도 이동하니 우리가 묵을 숙소가 나온다. 한국인으로 버글거리는 로비에서 방을 배정 받고 내일 일정에 대해 간단하게 브리핑 받는다. 다른건 잘 모르겠고 11시에 모인단다.. 아침식사는 여유있게 할 수 있겠군.. 하고 올라오니 왕골로 짜여진듯한 침대 세개가 반겨준다. 시설은 고물이지만 에어콘도 잘 돌아가고 창밖의 수영장도 맘에 든다. 수건이 없다는 점만 빼놓고는 완벽한(?) 리조트에 누우니 현실감이 떨어진다. 여기가 외국이긴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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