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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여행 - 숙소] 한국인이 운영한다는 단체 전문 숙소 이슬라 리조트

슬슬살살 2014. 7. 21. 23:02

이번 여행에서 가장 실수였던 부분이 숙소 주변을 잘 살피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터넷으로 '이슬라 리조트'만 검색해 보고 '괜찮네' 하는 정도만 알고 갔다가 낭패를 봤다. 시설문제가 아니라 주변의 문제다. 세부는 택시에서 에어콘으로 마취제를 살포한 사례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안내문이 호텔로비에 붙어있는 나라다. 못돌아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조심은 해야하는.. 특히나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부모에게 치안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데 이슬라 리조트 주변엔 논밭뿐이고, 매점까지도 호텔 내부에 있다. 그것도 한국식품이 가득한 상태로.. 편하기는 하지만 여기가 세부인지, 제주도인지 잘 모르겠다. 다른 관광객도 99.9%가 한국인인 상황에서 해외에 온게 실감나지 않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숙소 인근에 세부 전통시장 정도라도 있었다면 훨씬 색다른 여행이 되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야자수가 펼쳐진 풍광은 이국적이고 아름답다. 그렇지만 그림의 떡일 뿐.. 실상은 리조트에만 머무를 수 밖에 없다는 현실..

 

이슬라 리조트는 세부 본섬이 아니라 막탄섬이라는 곳에 있어서 갈만한 곳이 더욱 없는 편이다. 자그마한 한인 관광점포들이 있긴 하지만, 아기를 데리고 밤에 나가볼 만한 곳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유시간 대부분을 호텔에서 보내게 된다. 막탄 전역이 마찬가지로 비치가 없어 리조트의 시설을 주로 이용해야만 한다.

 

 

아침식사는 뷔페식이긴 하지만 호텔과 직접 비교하기엔 무리다. 반찬 일부가 매일 바뀌며, 맛은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리고 여기가 빈국중 하나인 필리핀임을 감안하면 진수성찬일 수도 있겠다. 다른 음식들은 그저 그렇지만 계란후라이와 팬케익은 별도의 전문가가 있는 것처럼 맛있게 구워준다. 어쩌다 보니 매일 아침을 같은 테이블에서 식사하게 되었는데 매번 채은이가 의자와 의자 사이에서 응가를 하는 기염을 토했다.

 

 

나는 도대체 왜 이걸 가지고 온걸까.

 

3층에는 운동실도 있고 1층에는 24시간 운영하는 마사지샵과 카지노도 있다. 매점에서는 컵라면부터 햇반까지 팔고 있고 산미구엘을 비롯해 몇가지 현지 과자도 있어 편하다. 애써 낑깅대며 싸들고간 햇반과 김, 컵라면과 전기포트가 무색하다.  

 

 

가장 중요한 물놀이 시설은 두개다. 리조트 가운데에 있는 수영장(上)은 깊이가 최대 1.6M의 깊은 수영장인데 깊이 때문인지 물이 시원하다. 숙소와 가깝지만 좀 단조로운 면이 있고 아이랑 놀기엔 좀 심심하고 위험하다. 유일하게 있는 놀이기구인 미끄럼틀은 수리중인데, 앞으로도 영원히 수리중일 듯 하다. 맥주와 음료수를 가볍게 틀어주며 저녁에는 10시까지 운영한다. 음악을 틀어주며 저녁에는 바닥에 전등이 들어와 예쁘지만 아무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왜지?)

 

수심이 깊은 리조트쪽 수영장

 

방갈로 쪽에 있는 수영장은 한바퀴를 들러 있는데다가 수심이 얕고 주변 조경이 잘되어 있어 자주 찾은 곳이다. 아이가 있는 경우 이곳에서 많이 놀게 되고 사진도 여기가 더 잘 나온다. 전재산이 든 지갑을 잃어버릴뻔 한 아찔한 기억이 있으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수심이 얕고 분위기가 좋은 바깥쪽 수영장. 개중에는 존재를 몰랐던 손님도 있었던 듯.

 

 

이번 여행을 위해 특별히 구명조끼를 샀는데 밖에서 보니 캐릭터 조끼보다 훨씬 더 이쁘다. 구명조끼와 자동차형 튜브를 준비해갔는데 둘다 잘 써먹었다. 특히 튜브를 너무너무 좋아해서 땅바닥에서도 타고 있으려 한다. 구명조끼는 화려한 캐릭터 제품 대신 해양경찰에 납품하고 있는 제품을 선택했는데 부력이 엄청나게 좋다. 다만, 물을 무서워하는건 극복이 안된다.

 

 

테이블과 썬베드가 잘 갖춰져 있는데다 음료수도 별로 비싸지 않다. 외부음식 반입이 자유로워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여기서 산미구엘을 마시면서 수영을 즐긴다.

 

 

보기엔 멋져보이지만, 맥주가 잘 시원해 지지 않는다. 물론 호텔에서 사먹으면 훨씬 시원하겠지만 한푼이라도 아끼자.. 음료수는 160페소 정도로 한화로는 3500원 가량 하는데 수박주스가 매우 맛있다. 맥주를 다먹고 아기껄 뺏어 먹어보니 씨까지 갈아낸 주스다. (휴롬이냐?!)

 

 

마지막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배경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맑을 때의 하늘이 너무나도 그림 같아 '내가 세부로 휴양하러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수영장이다. 둘째날 이보다 훨씬 크고 멋진 리조트도 봤지만 한적함으로 봤을 때 이만한 수영장이 없는 듯 하다. 3일동안 머무르면서 거의 전세를 낸 것처럼 사용하다 왔으니 이것만으로도 본전은 뽑은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슬라에 갈 때에는 전기포트를 가져가지 않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