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야기/구석구석 방랑가족(여행, 맛집)

[세부여행 3일차] 스노쿨링으로 하루를 열고 마사지로 하루를 닫다.

슬슬살살 2014. 7. 23. 23:27

◆ 스노쿨링으로 시작하는 세번째 날

또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일정이 좀 바쁘다. 메인 일정이 있는 날이기도 하고 채은이를 데리고 거친 바다로 나가야 하는 부담감에 걱정도 앞선다. 구명조끼와 튜브를 챙겨왔지만 괜시리 바닷물에 놀라진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제 수영장에서 노는 걸 보면 충분히 재밌어 할 것 같기도 하다.  

 

 

왠지 위화감이 들 정도로 좋은 리조트를 가로질러 우리들이 탈 배가 정박해 있는 곳으로 도착했다. 막탄섬 대부분의 비치는 이렇게 고급리조트가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바다의 보유 유무가 숙박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세부를 여행할 때 반드시 체크해야 할 사항이다. 이곳에서는 바다로 나갈 때면 무조건 접안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모래사장에서 바로 보트를 탈 수 있는 보라카이와는 많이 다르다.

 

 

50여명이 한 배에 올랐다. 우리뿐 아니라 같은 패키지의 다른 가이드들과 다른 패키지의 인원까지 합쳐져 있다. 큰 배인지라 불편할 정도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복작거리다보니 조금 신경쓰일 뿐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단체로 온 아줌마부대부터 젋은 커플들까지 다양한 한국사람들이다. 뜨거운 태양과 짭쪼롬한 바닷바람을 헤치고 40분정도를 달려가니 섬에 둘러싸여 조류가 약해진 곳이 나온다. 여기가 스노쿨링을 할 곳인가보다.

 

 

포터들이 먼저 내려가 구명줄을 풀어 놓는다. 보라카이때보다 훨씬 깊고 조류가 심해서 구명줄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다 아래에는 산호초와 열대어들이 보이지만 조류가 심해 넋놓고 볼 엄두를 못낸다. 게다가 채은이까지 챙겨야 하니 보통일이 아니다. 그래도 발이 닿지 않는 바다에서 허우적대고 있으니 우습기도 하고 시원한 재미도 있다. 둘러보니 50여명 중에 바다에 들어와 있는 가장 어린이가 우리 채은이다. 튜브에 태우긴 했지만 깊은 바다에서 유유자적하는 채은이의 모습이 재밌다. 짠물을 먹을만큼 먹고나니 다시 배로 오를 시간이다. 오르자 마자 채은이는 얼마나 피곤했는지 잠들어버렸다.

 

시계모양으로 잠들어버렸다. 왼쪽은 50여명의 관광객이 오늘 오전을 보낸 배!!

 

너무 많은 인원이 강한 조류솎에서 스노쿨링을 해서 불편한 점도 있지만 올라오자마자 씻을 민물과 마실물, 수건을 주는 건 매우 편하다.

 

◆ 채은이 첫번째 바다낚시는 세부에서..

 

어설픈 낚싯줄과 미끼를 나누어 준다. 일일히 포터들이 미끼를 달아서 주기때문에 편하기는 하지만 잘 잡히지는 않는다. 한해 550만명이 이곳을 다녀간다니 걸리는게 신기할 노릇. 그래도 채은이에게 잡아주기 위해 열심히 노력해 보았지만 결과는 꽝. 그래도 바닥까지 보이는 바다는 깨끗하다. 자세히 보면 알겠지만 바다의 색깔이 조금씩 다른 것도 재미있다.

 

 

채은이도 잡아보겠다고 나서보지만 잡힐리가 있나.... 하다가 잡았다?!

는 아니고 옆에서 잡은 한마리를 잠깐 빌렸다. 멸치만한 물고기 3마리가 오늘 호핑에서 우리배 전체가 잡은 양이다.

 

 

어찌 됐건 꽤나 복작거렸던 짧은 낚시가 끝나자마자 채은이는 또 잠든다. 이걸로 점심먹기 전에 벌써 두번째.. 밥먹으러 이동하는 시간이 꽤 되기에 낮잠시간을 갖는다.

 

◆ 호핑투어의 하이라이트. 씨푸드 중식

 

오늘 점심을 먹을 곳은 LANOKO라는 이름의 해안 식당이다. 10여개의 방갈로가 있는 꽤 큰 곳인데 도착하니 미리 식사가 차려져 있다. 꼬치와 게, 삶은 조개와 망고같은 반찬들이 있고 특이한 맛의 오징어무침도 있다. 가장 맛있었던 건 토마토가 들어간 조개탕. 오랜만에 먹는 칼칼한 맛이 식사를 허겁지겁하게 만들었다. 천상의 맛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운치있는 점심이 끝나갈 무렵 한무리의 공연단이 들어온다. 통기타 두대와 알수없는 타악기 한대로 구성된 밴드인데 한국노래를 불러주면서 흥을 돋구고 팁을 챙긴다. 예전 보라카이에서는 '남행열차'와 '만남'이 메인 선곡이었는데 2014년에는 핵심 컨텐츠가 하나 늘었다. '강남스타일'이라고... 흥을 돋구는 목적이라면 확실히 이 밴드는 성공했다.

 

 

다른 사람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식당 주변을 둘러본다. 유난히 바다가 예쁘게 보이고 원두막까지 있으니 운치가 좋다. 돌아다니는 비쩍마른 개와 셀수없는 파리떼도 이곳의 일부겠지.. 혹시 주변에 다른 마을이라도 있나 둘러 봤지만 식당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다.

 

 

거칠긴 하지만 여기는 모래사장이 있다. 맨발을 벗고 놀 정도는 아니지만 채은이는 여기서 모래놀이에 대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풀어본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 필리핀 민속공연과 함께 한 저녁식사

 

Punta. 이곳이 오늘 우리가 식사를 할 곳이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는 어메이징쇼 공연장 옆에 있는데 겉은 저래도 나름대로 에어콘 시설도 갖춰져 있는 대형 식당이다.

 

 

이런 식으로 생겨서는 앞에서 하는 공연을 보면서 식사를 하는 방식이다. 필리핀 전통공연 몇꼭지와 VJ특공대 같은 곳의 단골 소재인 대나무 줄넘기를 관객과 하는 시간이 있다. 마지막으로 5명의 꽃미남(?) 댄서들이 K팝 댄스를 추는 것으로 공연은 마무리된다. 강남스타일과 EXO의 신곡까지도 공연하는 걸 보면 얘네들도 나름대로 연구를 많이 하는 듯. 채은이도 음악에 맞춰서 의자위에 올라가 몸을 흔든다.

 

 

 

춘권과 닭꼬치 정도로 구성된 평범한 식단이었는데 이곳에서 먹은 현지음식 중 가장 맛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은 주거구역을 지나는데 경유(?)타는 냄새와 나무태우는 냄새가 거리에 연기와 함께 그득하다. 우리나라 지방소도시에서 나는 냄새와 비슷한데 더 매캐하다.

 

◆ 피곤한 몸을 마사지로 개운하게..

 

묶고 있는 이슬라리조트 옆에 젠이라는 24시간 마사지 업소에서 마사지를 받았다. 나름대로 한인들이 뽑은 우수업소에 선정되기도 한 곳이다. 들어가자마자 고약한 냄새가 나는(나는 괜찮았지만) 차를 입만 대고 내려 놓았는데 나중에야 이게 몸에 좋은 노니차인걸 알았다. 역시 좋은 건 입에 쓴건가.. 원래는 부부가 같이 받으려 했으나 울어제끼는 채은이 때문에 번갈아 받기로 했다. 와이프가 마사지를 받는 한시간 동안 채은이와 노닥거리다가 마사지를 받으니 잠이 솔솔 온다. 저녁때 다른 이들은 시내로 나가서 클럽에 간다. 아이가 있어 나가지는 못하고 리조트 안에서 산미구엘로만 아쉬움을 달래다 보니 평시보다 더 일찍 잠이든다. 아무렴 어떠랴. 이게 다 여행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