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닥터 슬립] 트루낫 VS. 스팀헤드

슬슬살살 2014. 9. 6. 22:37

샤이닝의 그 소년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어린 시절. 소설보다 영화로 대부분 접했을 그 샤이닝에서 대니는 어떻게 되었을까. 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쓰여진 소설이다. 둘다 접하지 않은 나로서는 덜 하지만, 샤이닝의 팬들이 느꼈을 감정은 짐작이 간다. 아마 슬램덩크의 속편이 나오거나 드라마 <사춘기>의 뒷이야기가 나오는 느낌과 같을 것이리라. 그만큼 인기 작품의 속편은 고정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작품 퀄리티와 상관 없이 전작의 추억을 필연적으로 갉아먹을 수밖에 없다. 뛰어난 속편이라 할 지라도 전작의 신비스러움과 상상력을 백지화 시키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 게다가 아무리 뛰어난 속편이라 할 지라도 전작의 강렬함을 다시 경험하게 할 수는 없다. 스티븐 킹 역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지 후기에 이와 관련한 글을 남겼다.

 

나는 내 솜씨가 아직 쓸 만하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괜찮은 공포소설의 추억에 부응할 방법은 없다. 특히 젊고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절에 읽은 경우라면 더더욱 없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이 만든 <사이코>의 속편 중에는 훌륭한 작품이 적어도 한 편 이상 존재하지만 그걸 본 후 사람들은 고개를 저으며 아냐, 아냐, 그보다 못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은 재닛 리를 처음 맞닥뜨린 순간을 기억하기에 그 어떤 리메이크작이나 속편도 커튼이 젖혀지고 칼이 휘둘러지던 그 순간보다 훌륭할 수 없다.

이거다. 그동안 내가 고전들을 찾아 읽고 옛 노래를 들어도 어릴적 느꼈던 감동과 전율을 다시금 불러올 수 없는 건 그 시절 그 감수성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걸 아는 스티븐 킹은 왜 이 이야기를 썼는가.
그럼에도 스티븐 킹은 이 이야기를 썼다. 왜 그랬을까? 작가의 글에서 그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킹 스스로가 대니의 창조주이자 팬이었다. 킹은 토런스 가족의 안부를 궁금해 했고 자신이 절망으로 빠트린 대니를 구원하고 싶어했다. 강렬한 이야기를 다시 불러 들였지만 성인이 되어 알콜을 끊은 대니는 결코 샤이닝의 대니가 아니다. 이젠 한 사람을 지켜줄 수 있는 꽤나 성실한 어른이 되어 버린 것이다.

닥터슬립 호출입니다.


이야기는 알콜중독으로 폐인이 되어버린 대니의 이야기로부터 출발한다. 아직 샤이닝1을 가지고 있는 대니는 알콜 중독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나 술에 취해 동침한 디니와 그의 어린 아기의 축 쳐진 기저귀를 본 후에.. 그리고 디니의 지갑에서 돈을 훔쳐 나올 때.. 디니의 아기가 그를 향해 엄마라 부르고 코카인을 향해 아탕2이라 부를 때.. 그의 인생은 변화한다. 대니의 뇌리에 그 일이 박힌 후 그는 술을 끊고 호스피스에서 성실하게 근무한다. 죽어가는 사람과 대화해서 편하게 보내줄 수 있기에 닥터 슬립이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술에 취한 수많은 밤마다 가장 마지막까지 생각나는 사람이 그 아이였고, 숙취와 함께 시작되는 다음 날 아침이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그 아이였다. 술을 끊어야겠다고 속으로 중얼거릴때마다 늘 떠오르는 사람도 그 아이였다. 다음 주쯤 끊을까? 다음 달에는 확실히 끊어야지. 그 아이. 그 눈. 그 팔. 앞으로 내밀던 그 고사리손. 아탕. 엄마.

 

트루낫 Vs. 스팀헤드
트루낫이라는 단체가 있다. UV를 타고는 미국대륙을 떠도는 집시 같은 존재들이지만 특별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오랜 시절을 살아온 인간이 아닌 존재들이다. 그들은 스팀을 마셔서 젊어지거나 기력을 회복하는데 그 스팀이라는 물질은 인간이 공포 속에서 죽어갈 때 흡수 할 수 있으며 대니처럼 능력을 가진 이들로부터 다량의 스팀을 얻을 수 있다. 아브라라고 하는 강력한 힘을 가진 소녀3를 사이에 두고 스팀헤드인 대니와 빌리4, 일반인인 존5이 트루낫과 대결을 펼친다.

 

복잡한 용어들이 많은데다 킹 특유의 문체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면 쉬이 따라갈 수 있을 만한 리듬은 아니다. 대니가 갱생을 결심하는 과정까지를 다룬 1권은 샤이닝을 접하지 않은 상태의 독자라면 용어때문에 고생을 좀 하겠다. 게다가 전작과의 연결고리도 꽤 되고. 하지만 본격적인 대결로 접어드는 2권부터는 판타지나 무협지를 보는 듯하다. 트루낫과 대니들은 기상천외한 샤이닝을 통해 서로를 기만하고 숨고 공격한다. 그들은 멀리서도 자신의 염력을 상대방의 몸 속에 넣는 다던지, 아니면 자신의 몸 속으로 들어온 상대의 염력을 공격하는 등의 일들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니가 로즈6를 없애기 위해 세우는 작전도 상당히 흥미롭다. 새로운 방식의 대결이랄까.

 

이제 대니와 아브라는 행복하겠지? 몇 년 뒤에 또 그들이 궁금하더라도 그냥 기억속에 두자.
오랜만에 스티븐 킹의 글을 읽으니 좀 새롭다. 개인적으로는 <러닝맨>이라는 작품이 강렬했던 기억이 있다. 특히 스티븐 킹은 글 안에 이탤릭체 사용해서 글을 쓰는데 이번에도 이탤릭체가 섞여 있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하나만으로도 묘한 공포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다. 단순히 몇글자를 기울였을 뿐인데..

 

어찌 됐건 대니와 아브라의 승리로 마무리 된다. 어린 시절에는 이런 글을 읽으면서 유난히도 공포스러웠는데7 나이가 든 지금은 그저 그렇다. 나이가 든 것을 무시 못하는 것이 뒷 이야기가 궁금한 작품들 대부분이 옛날의 것들이다. 요즘 읽는 것들은 아무리 즐거워도 그때 뿐인 걸 보면 어린 시절의 읽음은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기쁨이다. 자.. 몇 년 뒤에 다시 대니와 아브라의 뒤가 궁금해 질 수도 있다. 그때 다시 스티븐 킹에게 후속편을 요청할 것인가. 추억으로 간직할 것인가. 그 어느 쪽이든 뒷 이야기가 궁금해 진다면 기뻐하자. 아직 가슴을 뛰게 할 감수성이 남아있다는 뜻이니.

 

 


닥터 슬립 1,2 세트

저자
스티븐 킹 지음
출판사
황금가지 | 2014-07-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36년 만에 출간된 『샤이닝』의 후속작,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영혼을 보거나 염력을 부리거나 텔레파시를 보낸는 등의 초자연적인 능력 [본문으로]
  2. 사탕. [본문으로]
  3. 태어난지 얼마 안되서 부모의 꿈에 나타나 911을 예언했을 정도 [본문으로]
  4. 대니를 취업시켜준 친구, 약간의 샤이닝이 있다.조금 감각이 빠른 정도? [본문으로]
  5. 의사, 대니와 아브라의 능력에 대해 알고 있다 [본문으로]
  6. 트루낫의 리더 [본문으로]
  7. 그때는 단독 주택이었던 데다가 주로 심야에 독서를 많이 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