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에 내려온 지 벌써 3일째, 서울로 올라가는 날이다.
숙소를 나와 남해를 벗어나기 전, 갓길에 있는 커피하우스에서 모닝커피를 한잔 했다. 무명 시인이 자기 시집을 걸어놓고 아내 되는 분과 함게 남해바다에서 커피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모습이 예뻐보인다. 커피맛도 좋고.. 이런 분위기도 이제 마지막이라니 엄청 아쉽다.
남해로 내려올 때 여행의 시작이었던 남해대교가 이제 여행의 끝을 알린다. 여기만 건너면 하동으로, 청학동이 있는 산골짜기 마을이다.
우리는 올라가는 길에 이곳에서 열리는 코스모스·메밀꽃 축제에 들를 예정이다.
◆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깜짝 놀랄 만큼 북적이는 경남의 대표축제
이 축제는 별 생각 없이 들른 곳이다. 지역의 작은 꽃축제겠거니, 하고 서울로 가는 길에 간단하게 들를 요량이었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
엄청난 인파로 주차 대란이 일어날 정도로 규모있는 축제였다. 다행히 오전 중에 도착해 무사히 주차를 할 수 있었지만, 땡볕이 따갑다. 에어컨도 고장인데...
사람이 많은데는 이유가 있다. 기찻길을 끼고 양 옆으로 코스모스와 메밀꽃이 잔뜩 펼쳐져 있는데다가 조경화도 볼만하다. 이 모든 것이 단 돈 2천원.
다만 주민들이 운영하다 보니 정식 매표소가 있는게 아니어서 관람객과 실갱이가 벌어지는 걸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걸 보겠다고 서울에서 달려 내려갈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1시간 이내의 경남권에서는 와볼 만한 축제다. 오가는 산길이 밤나무로 가득차있어 갓길마다 차를 세워놓고 밤을 줍는 모습도 이색적이고..
앞서 말했듯이 이 축제는 마을 주민들이 주도해서 만든 축제인지라 화려하지도 않고 멋지지도 않다. 오히려 투박하고 촌스럽게 이루어져 있는데 그게 오히려 더 이 축제의 매력을 만들어 낸 듯 하다. 투박한 고구마캐기 체험, 뭔지 알 수 없는 이순신 체험 등이 공존하고 있지만 그게 결코 밉지 않고 마을에서 재미있는 걸 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들게 된다.
축제장 주변으로는 500미터 정도 되는 박길이 조성되어 있다. 수세미를 비롯해서 각종 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데 2010년 제천에서 보고는 나도 처음 보는 모습이다. 별거 아니기는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생긴 것들이 있다는 정도는 내 딸이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세계 각국의 특이종들을 잘 전시 해 놓았다. 개중에 버섯을 닮은 호박이 가장 눈에 띈다. 그나저나 아침부터 돌아다녔더니 출출하다.
입구쪽에 있는 임시장터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한다. 사실 주변에 먹을 곳도 없고 해서 바가지 쓸 각오를 하고 들렀는데 생각보다 적절한 가격에 맛도 수준급이다.
메밀전이 5천원, 국수가 5천원이다. 현지 메밀을 쓰는데다 맛도 있다. 국수 같은 경우에는 차지는 않지만 시원한 메밀맛이 봉평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참기름으로 약간 느끼한 맛이 나기도 한다. 아이도 잘 먹는다. 이렇게...
배가 고프긴 했지만, 메밀국수를 이렇게 잘 먹는다.
식사 후에 북천축제의 하이라이트.. 코스모스 기찻길을 걷는다. 언제나 기찻길은 낭만적이고 기분 좋다. 땡볕도, 불편한 걸음걸이마저도 낭만적으로 만들어준다. 기찻길 옆으로 피어 있는 코스모스들이 가을느낌을 준다.
산으로 둘러싸여 진짜 외진 곳에 있는 마을이긴 하지만 축제기간 만큼은 여느 관광 도시가 부럽지 않은 곳이다. 코스모스가 펼쳐진 모습은 예쁘고 향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냥.. 시골에 놀러와서 좋은걸 보고 가는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PS. 축제장을 떠나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나오는 1시간 동안 길 양 옆으로 떨어져 있는 밤의 유혹을 떨쳐내느라 고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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