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삼총사>를 읽어본 적이 있는가.
<삼총사>를 떠올리면 강아지들이 몰려다니던 만화영화가 먼저 생각난다. 또 아버지 회사에 놀러갔을 때 읽고 있으라며 사준 책도 <삼총사>였다. 당연히 어린이용 문고판이였다. 정리하자면, 서른다섯이 되는 올해까지 나는 <삼총사>를 읽은 적이 없다. 문득, <뒤마클럽>을 읽다 떠오른 이 생각이 당혹스러워 가장 두꺼워보이는 <삼총사>를 샀다. 읽고 나서야, 난 지금까지 삼총사를 이미지만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알았다.
나뿐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주인공 이름을 다 안다는 것으로 이를 읽은 것으로 착각한 건 아닐까. 하기야, 삼총사는 쓰여진 연대를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캐릭터빨이 강한 작품이다. 팀에서 리더를 맡고 있는 아토스, 외모담당인 아라미스, 스타일과 완력담당인 포르토스까지 어느 하나 평범한 캐릭터가 없다. 여기에 천방지축 고집쟁이 다르타냥까지 더해지면 그들은 완전체가 된다. 여기까지는 읽지 않은 이라도 알고 있는 내용이고, 정작 스토리에 오면 정작 내가 알고 있던 이들이 아님에 놀라게 된다. 정의를 위해 싸우리라 믿었던 그들은 현재의 눈으로 보면 동네 불량배에 다름 아니다. 걸핏하면 싸움을 걸어 사람을 죽이고, 급여를 받지 못해 떠나려는 하인을 두들겨패 붙잡아 놓기까지 한다. 한사람에게 돈이라도 생기면 아무렇지 않게 나누기도 하고 도박으로 탕진해 버리기도 한다. 아무리 현대인의 눈으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상이라지만, 지금가지 내려오는 삼총사의 명성을 생각하면 당혹스럽다.
◆ 적국의 공작을 사랑하는 왕비를 돕는 총사대. 과연 정의로운가.
이야기는 큰 두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는 시골에서 올라온 다르타냥이 삼총사와 친구가 되어 왕비의 목걸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야기. 앤 왕비는 연인인 버킹엄에게 사랑의 징표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한다. 이를 알아챈 리슐리외 추기경이 앤 왕비를 몰락시키기 위해 왕에게 파티를 열어 목걸이를 확인하라 부추기고 왕이 이를 수락한다. 다르타냥 일행은 목걸이를 되돌려받기 위해 영국으로 향한다. 추기경 역시 심복인 밀레디를 시켜 다이아몬드 두개를 빼돌리는데 성공하고 다르타냥들은 목걸이를 복원하는 데 성공한다. 누가 먼저 파리에 도착하는가가 승부처가 된 상황. 속도감 넘치는 레이스가 이어지고, 간발의 차이로 다르타냥이 승리한다.
두번째 이야기는 밀레디와의 한판 승부다. 첫번째 승부에서 물을 먹은 밀레디는 집요하게 다르타냥을 해치려 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삼총사와 다르타냥의 숨통을 조여온다. 전쟁터에 있는 그들에게 독이 든 와인을 보내기도 하고 사람을 고용해 암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결국 다르타냥들에 의해 적국에서 사로잡히지만 필사적으로 탈옥을 하기도 한다. 결국 삼총사들에게 다시 사로잡혀 처형되기까지 지독하게 매력적인 팜므파탈을 보여준다. 이 이야기에서 삼총사는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데 적국인 버킹엄을 암살하려 하는 밀레디의 계획을 망쳐버리는 것이다. 밀레디가 꾀를 부려 암살은 막지 못했지만, 전쟁중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역이 아닌가. 아무리 기사도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해 못할 부분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밀레디의 활약들은 박진감 넘칠 뿐 아니라 현대소설에도 밀리지 않는 속도감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2권이 훨씬 재미있게 읽었다.
◆ 삼총사는 왜 셋이 아니라 네 명인가.
삼총사의 주인공은 분명히 넷이다. 물론 다르타냥은 후반부에 가서야 총사대에 들어가지만, 다르타냥이 주인공임을 생각하면 이해할 수 없는 제목이다. 내 생각에, 다르타냥은 독자다. 독자가 이입해야 할 대상을 만들어 놓은 것 뿐이고 실제적으로는 삼총사의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에 제목을 이렇게 짓지 않았을까. 제 삼자 입장에서 보는 것보다는 이야기의 안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실감나니 말이다. 역시 뒤마는 천재다. 독자를 극 안으로 끌어드릴 생각을 하다니.. 이렇게 생각하면 소설은 더 박진감 있어진다. 부조리해 보이는 시대상도, 개인의 연애사를 우선하는 삼총사만의 '정의'도 모두 유쾌한 모험으로 읽혀진다. 우리는 다르타냥의 눈을 빌어서 '삼총사'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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