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수레의 책읽기

[검은 집] 사이코패스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슬슬살살 2014. 11. 19. 22:45

  보험회사에서 근무하는 신지에게 방문상담 요청이 들어온다. 왠지 기분나쁜 느낌이 드는 검은 집에 방문한 신지를 수상한 집주인 고모다가 맞이한다. 이곳에서 신지는 목매달아 있는 고모다의 아들을 목격한다. 자신의 아들이 죽었는데도 신지의 반응만을 살피는 고모다의 모습이 수상쩍기만 한 신지. "이건, 보험 사기이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고모다는 무죄 방면된다. 무죄 이후 고모다는 보험금을 집요하게 청구하게 되고 결국 신지의 회사는 보험료를 지급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아들 뿐 아니라 고모다와 아내 사치코에게도 각각 3천만엔씩의 보험이 가입되어 있는 것. 반드시 고모다는 추가 범행을 저지를 것이다. 

 

  보험금을 둘러싼 가족간의 살인극이라는 소재는 식상하다. 그러나 기시 유스케는 여기에 몇가지 감미료를 첨가해 끈적하고 찝찝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첫번 째 양념은 신지가 꾸는 꿈이다. 거미로부터 달아나는 꿈은 이 소설이 융 계의 정신분석학 루트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사이코패스라는 존재를 통해 성선과 성악을 논하기도 한다. 이 두가지 작업을 통해 읽는 이들이 범행의 실체에서 범인의 성격으로 눈길을 돌리게 만든다. 이렇게 다져놓은 분위기가 후반부 폭발의 추진제가 되어준다. 

 

  보험금을 노린 살해는 맞지만 범인은 고모다가 아닌 사치코. 신지가 이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서 고모다는 양팔이 잘린채 보험금을 청구한 상태다. 범인을 공개한 소설은 이제 거침없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보험 분쟁 해결사인 미시다, 범죄심리학 전문가인 가나이시까지 줄줄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과거의 범죄행각들도 차례차례 드러난다. 사이코패스적인 모습을 드러낸 사치코는 정말 무섭다. 숨막히듯 쫒아오는 사치코의 추격, 잔악하게 살해 되는 희생자들... 이 후반부에서의 폭발력은 진심으로 공포스러웠다. 

 

  검은 집은 단순한 공포소설만은 아니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 모든 걸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려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는 모습도 보여준다. 잠재적 범죄자론을 주장했던 가나이시가 가장 잔혹하게 살해 된 것을 보면 기시 유스케는 애초부터 이를 위해 이 소설을 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는 원래 자신이 당한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살아가려고 하는 법이지요. 사치코는 틀림없이 다른 사람에게서 그러한 대접을 받아왔을 거에요. 그래서 그러한 삶밖에 살 수 없는 거지요. 사람을 상처 입히거나 죽이는 것이 나쁜 일이라고,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거에요."

 

  부수적으로, 전반에 흐르는 사회적 기류를 감지할 수 있는데 늘어가는 자살율, 보험사기, 교토를 감싸고 있는 끈덕지고 습한 기류 등에서 무기력하게 경직되어 버린 일본이 보인다. 어쩌면 이런 분위기 위에 써내려간 이야기여서 더욱 공포스러웠는지도 모르겠다.

 

 


검은집

저자
기시 유스케 지음
출판사
창해 | 2000-03-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1997년 일본 호러소설 대상 수상작품. 와카쓰기 신지는 일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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