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소설이라는게 조금이라도 어설프면 유치한 삼류소설로 흐를 수밖에 없는데 딱 그짝이다. 거기에 무협작가 특유의 중2병 증세와 한국의 민족주의까지 합쳐지니 가관인 소설이 나왔다. 발간시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졸작임은 부인할 수 없다. 스토리의 전개가 중언부언하거나 고민없는 동일한 표현의 중복은 스포츠 신문 연재작이라는 출신 성분을 감안해서 눈감아 주었는데도 불구하고!! (물론 이 경우에도 퇴고절차를 거쳐서 손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때는 96년이다. 일본의 수뇌부는 대륙으로의 침략야욕을 불태운다. 침략의 루트가 될 곳은 바로 한반도. 북한에 쿠데타를 일으켜 괴뢰정부를 세우고 남침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다. 남침 시 북이 가지고 있는 대량의 재래무기와 일본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면 북측이 승리하게 될 것이고 일본의 꼭두각시가 된 북한을 발판 삼아 대륙으로 진출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협조하는 이들도 국제적인데 무기의 공급은 미국의 프리메이슨 조직과, 미국 마피아가 진행한다. 홍콩의 폭력조직인 죽련은 북에 자금을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그야말로 대규모의 글로벌 프로젝트가 한반도를 두고 펼쳐진다.
주인공 최훈은 안기부의 일급 요원이다. 설정부터 중2병 스러운 것이 1:1에서는 적수가 없고 사격은 백발백중이며 바람둥이에 잘생긴 외모까지 겸비한 엄친아라는 설정은 너무나 오글거려 요즘은 고등학생 습작에서도 나오지 않는 설정이다. 이 최훈이 북한측 요원인 설지와 파트너를 이루어 전 세계를 쏘다니며 일본의 음모를 분쇄하는게 <대란>의 주 내용이다.
일회성 오락 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작가의 말이 너무나 거창하다. 꽤나 거창한 준비와 기획, 취재를 거쳤다라고 밝히고 있고, 한반도 주변 정세에 젊은이들이 관심을 가지길 바라며 썼다고 되어 있지만 결과물은 그렇지 못하다. 마초느낌 강한 이류 무협소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비교하는게 적절하지 않기는 하지만 본격 첩보물을 표방하면서도 냉혹한 첩보원의 세계, 세계정세, 휴머니티를 적절하게 녹여낸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같은 작품과 비교하면 얼마나 수준차가 나는지 알 수 있다.
7권이 결코 짧지는 않지만, 이름과 스타일에만 익숙해지면 하루 이틀 사이에 읽고 잊을 수 있을 만 한 소설이다. Read and Forgot!!
'열수레의 책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네의 일기-완전판] 키티가 전하는 안네의 짧은 일생과 희망 (0) | 2014.12.21 |
---|---|
[새롭게 쓰는 스탕달의 연애론] 어설픈 번역과 감각없는 기획의 콜라보 (0) | 2014.12.16 |
[그레이브 디거] 일본에서 되살아난 마녀사냥의 망령 (0) | 2014.12.07 |
[멋진 신세계] 고통이 없다면 행복도 없다 (0) | 2014.12.04 |
[11분] 나는 자유가 성(性)과 운명에게서 나옴에 반대한다 (0) | 2014.12.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