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마녀사냥에서 '영국 어느 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우스개소리를 하고는 한다. 누가 봐도 쓸데 없는 연구 결과를 제시하고 '도대체 영국은 이런걸 왜 연구하는거야?'라고 희화화 시킨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가장 잡다한 분야를 소개하는 나라는 가까운 나라, 일본이다. 대부분의 직장 처세술은 물론이고, 화술, 자기관리, 이미지 트레이닝, 사람보는 법까지 기기괴괴한 분야가 한가득이다. 메모, 아침형 같은 키워드는 국내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심지어 9가지 성격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애니어그램>은 인기뿐 아니라 정식 뇌과학인양 소개되어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최근까지 그걸 인용하는 진로적성검사가 존재할 정도다. 물론 사기다.
'끈기'와 관련한 책이 한권쯤 일본에서 나온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행동과학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정쩡한 몇가지 방향을 제시한 후 '이대로만 지키면 당신은 끈기의 왕'이라는 식의 전개는 여타 자기계발서와 다를바가 없다. 그렇지만 여기 제시된 이론은 보편 타당하며, 나조차도 실제로 경험해 효능을 본 적이 있는 방식이다. 물론 나는 이런 이론은 모르고 그냥 해본 거지만.
고등학교 시절 쉬는 시간마다 문제집을 풀거나, 나름의 자습을 꾸준히 했고, 어느정도의 지속적인 공부방식을 스스로 해온 경험이 있다. 우등생은 아니었지만, 효과는 확실했던 것 같다. 그 때 초시계를 활용 했었는데 단 1분을 공부하더라도 그 시간을 작은 수첩에 일일히 메모했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점수판 같은 개념이었던 것 같다. 그냥 슈팅게임과 점수가 있는 슈팅게임의 재미가 천양지차 임을 떠올려보자.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끈기의 기술이란 그러한 방식의 확장판인 거다. 저자가 제시하는 끈기의 기술은 내 체험에 그대로 녹아 있다.
끈기의 기본 원칙은 이렇다. 첫째, 보조수단을 동원할 것, 둘째, 보상으로 동기를 자극할 것, 셋째, 장애물을 없앨 것. 예를 들면 금연의 경우 모든 담배와 관련한 제품은 버리고, 담배 생각이 날 만한 모든 행동을 원천 봉쇄한다(술자리 등), 배가 부르면 담배생각이 나므로 배불리 먹지도 않는다. 이게 일종의 행동지침인거다. 이를 더 간략히 한다면 목표하는 일에 매이는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고 변명거리를 사전에 차단하면 된다는 이론인데... 결국은 이 자체가 강인한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물론 내가 했던 방식처럼 재미를 부여한다면 얘기가 다르지만.. 아무튼 끈기 없는 이에게 여기 적힌대로 하라는 것처럼 바보스러운 일도 없을 거다. 가만보니 작년 말 읽고 엄청 까댄 <바보들은 항상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에 셀프리더쉽 핵심 기술이라고 소개된 내용과 같다. 이것들이 끈기있게 계속 울궈먹는건가?
끈기의 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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