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 프라이는 초등학생도 할 수 있는 간단한 요리이기는 하지만 깨는 것부터 시작해서 아주 예쁘게 하기는 또 어렵다. 그래서 손재주 없는 사람은 열에 아홉번은 노른자가 깨져서 스크램블처럼 먹게 되는데 이 영화가 딱 그 짝이다. 제작과 연출이 따로 놀았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가장 좋은 예. 제목이나 모든 기획 방향은 여장부(차태현)의 동체시력과 관련한 능력에 초점이 맞춰진 반면 영화에서는 거의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이 부분은 다른 리뷰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불만이고, 나 또한 그렇다.
남들과는 다른 동체시력으로 집중했을 때 엄청나게 느린 화면을 볼 수 있는 여장부. 대단한 능력이기는 하지만 두 가지 단점이 있다. 뛰거나 할 때 시력과 뇌가 씽크가 안맞아 제대로 운동능력을 할 수 없는데다 이게 과하면 실명까지도 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그나마 눈을 조금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썬글래스를 끼고 생활하다보니 놀림도 많이 받고 왕따를 당한다. 이 때문에 성인이 될 때까지 은둔형 외톨이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히로인인 남상미는 어린시절 여장부를 감싸줬던 봉수미로 나온다. 이 때문에 여장부는 늘 봉수미를 찾고 있었는데 우연찮게 근무하게 된 CCTV 통제센터에서 봉수미를 찾게 되고 그녀와 주변, 자신과 자신의 동네 하나하나를 기록해 나간다. 걸음 수까지 계산하는 걸 보면 실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하는 듯 하다.
CCTV센터에서 봉수미를 비롯해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를 눈에 담는 여장부는 점점 이들 모두에게 애정을 느끼고, 봉수미와의 관계도 조금씩 발전한다. 그런데 영화는 여기까지다. 물론 그 이후 급박한 영화적 장면들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하나 임팩트 있게 다가오지 못한다. 심지어 여장부의 실명까지도 덤덤하게 처리되고 영상적인 아름다움도 그저 그런 수준이다. 영화를 통틀어 봉수미의 횡단보도 오디션 씬이 가장 기억에 남는 걸 보면 무채색에 가깝다.
가끔 블랙박스 영상, CCTV 영상이 뉴스에 나오는 걸 보면 흥미진진한데, 사건, 사고가 나는 부분만 편집해서 보여주기 때문이다. 만약 CCTV 하나를 하루 종일 보고 있다면 그게 재밌을 수 있을까. 슬로우 비디오는 그냥 CCTV를 보는 느낌이 드는 영화다. 한마디로.. 지루해.. 주연배우가 재미없다고 했을 정도니…이건 뭐.. 제발 정리 안 된 이야기는 일기장에 쓰는 버릇을 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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