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곳이 있는지 미처 몰랐다. 주말, 갈만한 서울 근교를 찾다가 우연히 얻어걸렸달까. 그냥 꽃구경이나 하잔 생각으로 찾았는데 의외로 비싼 입장료에 놀라고 꽤나 잘 관리된데 다시한번 놀랐다. 나만 몰랐지, 이미 유명한 곳이라 광고, 드라마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단다.
1인당 8천원이라는.. 결코 작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안으로 들어가면 양 갈래로 나뉘는 산책길이 나온다. 가장 메인인 벽초지쪽으로 가면 작은 폭포와 나무산책길이 나온다. 나무 산책로가 특이하게 좌우로 기대어 있는 형태라 매력적인데다 뜨거운 햇빝도 가려준다.
본격적인 꽃들은 한차례 지나간 철인데 화려한 꽃보다 푸르른 수목이 주는 아름다움도 분명 특별하다. 누군가 따서 버린 수국에 꽃힌 채은이는 결국 저걸 집까지 들고왔다.
이 수목원의 메인이 바로 이 벽초지다. 커다란 호수, 연꽃, 그리고 한켠에 있는 정자는 인공적으로 만들어졌으면서도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 인공적인 자연미. 아이러니하기는 하지만 호수 옆 정자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이미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
꽃길을 산책하는게 좋았었는지 뜨거운 햇살. 지나버린 낮잠시간에도 투정 없이 포즈를 잘 취해주는 채은이다. 전체적으로 공간이 넓지 않고 중간중간 쉴 곳들이 많이 있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도 둘러볼 수 있다. 바닥이 울퉁불퉁하기는 하지만 유모차를 굴리기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돗자리는 입구에서 압수당한다.
유럽의 정원을 옮겨 놓은 것 같은 곳이다. 유럽에 이런 정원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 역시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를 만들어 놓은 곳으로 왠지 기분좋아지는 곳이다. 드라마 '주군의 태양'에도 나왔던 곳이라고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아마 쌍둥이와 실장이 만나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아직 곳곳이 공사중이고 꽃도 많지 않지만, 탁 트인 정원과 이런 저런 조각들이 어우러진 모습은 산책의 한가로움을 느끼게 한다.
햇볕이 한창 뜨거운 시간. 배아프다고 칭얼대던 채은이가 갑자기 기운을 차리더니 정원 곳곳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것도 완전 신나서...
정원에는 조각상 외에도 사람 크기의 체스, 물 위에서 구르는 돌, 기도원 들이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외도 보타니아의 느낌이 많이 나는데 외도보다는 좀 더 정돈이 잘 된 느낌이다.
아직 조성중인 자작나무 숲을 뒤로 하고 넓은 정자에 앉아 숨을 돌리니 어느덧 두시간이 지났다. 푸르름과 함께 하는 두시간 동안의 힐링 산책. 계절마다 여러 축제가 열리니 그때 다시 한번 오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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